銀退와 金退, 정신 차려 보니 隱退
은퇴했다. 1975년 9월 6일 시작하여 2019년 2월 28일 폐업신고를 하니, 근 44년을 당산동에서 개원 치과의사로 봉직했다. ‘벌써 은퇴하세요? 아직 정정 하신데.’ ‘은퇴라니 섭섭하지 않으세요?’ 막상 은퇴를 결심하니 섭섭했다.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가슴이 뻥 뚫린 듯 한 허전함. ‘은퇴라니요. 금퇴랍니다. 다시는 스트레스도 없고 자유만 만끽할 수 있는 생활로 들어가는데 銀퇴라기 보다 金퇴가 맞지 않나요?’ 하긴 교도소로 들어가거나, 부도를 내고 숨어 버리는 銅퇴도 있으니……, 은퇴도 행복이지요. - 하 하 - 그리고 보니, 은퇴에도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이 있네, 저절로 실소가 나온다. 그러나 사실 은퇴는 슬픈 것이다. 금, 은, 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은퇴는 한문으로 隱退이다. 숨을 隱자는 남이 찾지 모하는 곳에 가는 것이다. 흑석동 211번지에서 이 세상에 온 나는, 이제 코끼리처럼 죽을 때 숨어 버리는, 진짜 은퇴의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코끼리는 죽을 때 제 자리로 간다. 모든 동물이 죽을 땐 제자리를 찾지만 특히 코끼리는 코끼리 무덤에 가서 자신의 주검을 숨긴다. 이런 코끼리의 최후가 진정한 隱退이다. 우리 나이로 75세이니, 친구들과
- 김평일 전 원장
- 2019-07-16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