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보았던 TV 프로그램에서 실명 장애 개그맨의 해외여행에 함께 한 딸의 행동이 잔잔한 미소와 함께 따스한 마음으로 와 닿았습니다. 앞을 못 보는 아빠를 위해 비행기 기내식의 위치를 일일이 알려주고 여행 중에는 바다와 하늘의 색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짠하고 울컥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 아빠의 소망은 한 번도 못 보았던 딸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것과 딸이 결혼할 때 신부 아빠로서 꼭 함께 손잡고 신부 입장을 하도록 한 시간만이라도 눈이 보였으면 한다는 이야기에서는 나도 모르게 주책맞은 눈물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이 개그맨 장애인이 오래 전 망막 색소 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을 때 한 남성으로부터 안구 기증 제안을 받았는데 개그맨 장애인은 기증 받기를 거부하여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유는 기증자가 근육병을 앓고 있는 남성이어서 “나는 하나를 잃고 나머지 아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 분은 오직 남아 있는 하나마저 주려고 합니다. 어떻게 그것을 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것이 거부 이유였습니다. ‘얼마나 기증 받고 싶은 망막이었고 얼마나 다시 찾고 싶은 시력이었는데 기증 받기를 거부하는 마음이 가능하였을까’하는
1999년 대전 생활을 시작한 후 20년 만에 새로운 터전인 세종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이사 일정을 확정하고 짐을 꾸리며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억도 못하고 잊혀 진 오래된 사진과 옷가지 그리고 물건들... 버려야 할지 아니면 다시 보관하고 가져가야 할 지등 참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얼마 전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과거 오래 지내던 곳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집 안이나 단지 내 곳곳에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들이 많아 돌아보는 내내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 눈에 가장 특이하게 비춰진 곳은 엉뚱하게도 엘리베이터 안의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뜻밖의 생존경쟁의 치열함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은 새로 입주 하는 세대의 부주위로 인한 이싯짐들로 내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사방이 두터운 보호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보호벽은 늘상 새로운 건물에 흔히 보던 것이라 신기할 것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보호벽에 대학노트 크기인 A4용지의 광고 전단지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고에는 허가를 받은 업체들이 입주민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선전하기 위해 그 공간을 활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