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2553번째 (2023년 5월 22일자) 게재 어느덧 고희에 이르셨지만, 작은아버지는 나에겐 아직도 조카에게 줄 소년잡지를 들고 골목 어귀를 들어서는 맑고 하얀 청년이다. 삼촌이 갑자기 작은아버지가 됐을 때 모르는 여자에게 삼촌을 뺏겼다는 생각에 큰 상심에 빠지기도 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작은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와 공감이 있다. 5월 18일 그날의 광주에서, 의과대학 4학년이었던 작은아버지는 고등학교 동문 체육대회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고 계엄군이 온 도시를 유린한 그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를 보내다 행방불명된 다른 무고한 젊은이들의 가족들처럼, 나의 아버지는 당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동생을 찾으러 자전거를 끌고 나가셨다. 그런 아버지 뒤에 남겨진 식구들은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어머니가 재직하던 학교에, 작은아버지가 국군통합병원에 후송되어 있다는 연락이 온 것은 며칠이 지난 후였다. 정신이 반쯤 나가 달려간 아버지가 마주한 동생은, 췌장이 파열되고 3000cc의 피를 흘린 뒤 수술받은 중상자가 되어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무자비한 계엄군의 군홧
어느덧 고희에 이르셨지만, 작은아버지는 나에겐 아직도 조카에게 줄 소년잡지를 들고 골목 어귀를 들어서는 맑고 하얀 청년이다. 삼촌이 갑자기 작은아버지가 됐을 때 모르는 여자에게 삼촌을 뺏겼다는 생각에 큰 상심에 빠지기도 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작은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와 공감이 있다. 5월 18일 그날의 광주에서, 의과대학 4학년이었던 작은아버지는 고등학교 동문 체육대회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고 계엄군이 온 도시를 유린한 그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를 보내다 행방불명된 다른 무고한 젊은이들의 가족들처럼, 나의 아버지는 당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동생을 찾으러 자전거를 끌고 나가셨다. 그런 아버지 뒤에 남겨진 식구들은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어머니가 재직하던 학교에, 작은아버지가 국군통합병원에 후송되어 있다는 연락이 온 것은 며칠이 지난 후였다. 정신이 반쯤 나가 달려간 아버지가 마주한 동생은, 췌장이 파열되고 3000cc의 피를 흘린 뒤 수술받은 중상자가 되어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무자비한 계엄군의 군홧발에 배가 짓이겨져 그리된 것이었다. 작은아버지는 다른 백여 명의 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