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하고 아주 빠른 시기에 병원이 잘 됐습니다.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였죠. 이때도 물론 열심히 와인을 구입하고 마시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병원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성형외과의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동종 치과의 견제도 있었지만 그런 건 성형외과와 비교도 안 되는 수준 이었구요. 조금씩 환자가 줄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성형외과 분위기도 안 좋아지면서 전체적인 양악 경기도 안 좋아지게 되었죠. 심지어는 몇 달간 집에 생활비를 못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와인은 열심히 마셨습니다. 아주 몰상식한 가장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랐죠. 이마저도 하지 못하면 더 큰 불화가 닥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장에서도 스트레스, 집에서도 스트레스. 이 것을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환자를 볼 때도, 집에서도 모두 좋지 않은 형태로 분출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마음 고생하는 저를 위해서도 뭔가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와 아내, 다른 가족을 위한 선물 말고 저 자신을 위한 선물. 병원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집에서 짜증을 내거나 직원들에게 잔소리 하는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럴 때 일
와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인과 로맨틱한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그 만큼 우리 일상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라 여겨지고, 한두 번 접해 본 사람들조차도 ‘나와는 안 맞는 술이다’라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다. 나 역시도 소주와 맥주에 20여년을 길들여져 왔고 와인은 관심에도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생일을 맞아 조그만 레스토랑에 갔다가 추천해 준 와인을 한잔 곁들이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스테이크만 먹기가 좀 아쉬웠던 차라 벌컥 한 모금 들이켰다. 떨떠름하기도 하고 묘한 향도 나는 술이 스테이크랑 너무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참 신기한 경험을 하고 얼마 후 크리스마스를 맞아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하다가 동네 주류백화점엘 갔다. 아는 게 없으니 점원에게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점원 왈 “크리스마슨데 샴페인 어떠세요?” 그 말에 예쁜 상자에 담긴 샴페인 한 병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예쁜 상자가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렇게 시작된 내 와인 사랑은 어느덧 4년이 되어가고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호회에 얼굴을 내미는 정도가 되었으니 와인과의 인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