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연말부터 감지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이어, 지난 1월 12일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 지시 사항까지 맞물리며 공단의 행보에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다. 공단이 이토록 특사경 도입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재정 위기’라는 벼랑 끝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전망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당장 올해나 내년부터 적자 전환이 예상되며, 2028년경에는 누적 준비금마저 고갈될 위기다. 여기에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10조 원 규모의 투입 계획까지 더해지니, 공단 입장에서는 ‘새는 돈’을 막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되었다. 그들이 지목한 가장 확실한 타개책이 바로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한 ‘특사경’이라는 칼자루다. 치과계 역시 사무장병원 척결이라는 ‘대의(大義)’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면허를 빌려 영리를 추구하는 사무장병원은 과잉 진료와 환자 유인 행위로 의료 시장을 교란하는 우리 내부의 암적인 존재다. 선량한 개원 질서를 파괴하는 이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치협 내부에서
작년 2월에 ‘AI와 치과의 미래’라는 글을 썼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쓴 2025년은 AI의 대중화가 된 해라고 생각합니다. ChatGPT 같은 도구를 소수의 사람만 쓰다가 2025년부터 많은 사람들이 AI도구를 쓰게 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로 그린 그림이 카카오톡의 프로필에 유행한 현상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Chat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중 무엇이 더 좋은가에 대해서 서로의 경험담을 공유할 정도가 되었으니 2023년 5월에 제가 처음 ChatGPT를 쓸때와 비교하면 3년도 안되는 시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4년 5월에 대한치과보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ChatGPT 강의를 준비하면서 제가 시도해본 것이 우리가 늘 쓰는 FDI치식(십자모양에 숫자를 써서 몇 번대인지 표기하는 방식)을 인식해서 이를 치아번호로 바꾸는 것을 시켰는데 아무리해도 되지는 못하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48번 치아로 인식해야 되는 4사분면에 있는 8이란 숫자를 자꾸 18번이나 38번으로 바꾸어서 인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같은 프롬프트를 수행한 것은 아니나 연구를 위해서 각 치아번호마다 상실여부, 치근이개부 이환여
2026년 새해 벽두,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소식은 전율 그 자체였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생포 소식. 미국의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Delta Force)는 주권 국가의 심장부에 침투해 현직 대통령을 ‘범죄자’처럼 낚아채 뉴욕 법정에 세웠다. 복잡한 국제법 절차나 외교적 수사는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생략되었다. 바야흐로 절대적 힘이 곧 정의로 규정되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완성된 것이다. 이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며, 문득 세계 주요 도시의 광장을 떠올린다. 런던, 파리, 워싱턴 D.C.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터대제 상 등 문명국의 심장을 점령한 것은 펜을 든 학자가 아니라 칼을 찬 장군들의 기마상이다.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이 그 원형이 되었듯, 인류는 왜 평화의 시기에도 정복을 업으로 삼는 전사들을 도시의 중심에 세워두었을까? 그것은 공동체의 번영과 자유가 누군가의 피와 칼, 즉 ‘물리적 강제력’ 위에서만 지탱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특히 낙성대역 앞에 우뚝 솟은 강감찬 장군의 기마상을 보며 전율을 느낀다. 그는 칼을 의례적으로 높이 쳐들고 있지 않다. 칼날을 마치 말의 갈기처럼 뒤로 힘
어떻게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며, 사자는 마침내 ‘아이’가 되는지, ‘차라투스투라’의 입을 빌려 말한 니체의 생각을 여기에 세 문단으로 옮겨봅니다. -‘낙타’는 내면에 외경심이 깃들여 있는 강력한 정신이며 인내심이 많은 정신이다. 자신의 오만에 고통을 주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자신의 지혜를 조롱하기 위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일이 승리를 구가할 때 그 일로부터 물러나는 것이다. 유혹하는 자를 유혹하기 위해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깨달음의 도토리와 풀로 연명하면서 진리를 위해 영혼의 굶주림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병석에 누웠으면서도 문병 오는 자들을 돌려 보내버리는 것이다. 들려주고자 하는 바를 결코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와 우정을 맺는 것이다. 진리의 연못이라면 더럽더라도 그 속으로 뛰어들어 차가운 개구리도 뜨거운 두꺼비도 물리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를 경멸하는 자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유령이 우리를 위협하더라도 그 유령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낙타’는 인내심이 많은 정신으로, 위와 같이 무겁기 그지없는 짐을 짊어지고 사막을 달려간다. 고독하기 그지없는 사막에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사막에서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AI는 이미 많은 영역에서 사람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심지어 진료 보조 역할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정교해져도 AI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태도’입니다. 태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결심과 자세, 감정과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고, 따뜻한 동료가 되고 싶고,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태도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성찰과 자극을 통해 다져지는 것입니다. 책읽기는 바로 그 자극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어떤 책은 나의 나태함을 일깨우고, 어떤 문장은 내가 놓치고 있던 진심을 일깨워 줍니다. 책 속에는 무수한 사람들의 태도가 담겨 있고, 그들의 고민과 결단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추
2026년 병오년(丙午年), 힘찬 ‘적토마’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아침이 되면 으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하는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예전에는 연하장에 꾹꾹 눌러 쓴 손글씨로 마음을 전하곤 했는데,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톡 한번 보내면 끝이니 참 편한 세상이긴 합니다. 손가락 하나로 인사를 나누다 보니 오가는 마음의 무게도 예전보다는 좀 가벼워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연말과 새해 인사가 엄격히 나뉘어 있는데, 가만 보면 모두 복을 비는 말이고 건강에 대한 얘기는 쏙 빠져 있습니다. 아마도 건강이란 건 남이 빌어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내 스스로 챙겨야 할 몫이라 여겨서 그런가 봅니다. 사실 ‘행복’이라는 게 마음만 고쳐먹는다고 덜컥 손에 쥐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살아보니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옛말이 참 무섭도록 맞더군요. 우리는 흔히 정신력으로 몸을 이겨내려 애쓰지만, 개원가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오히려 몸이 정신을 이끌고 가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네 치과의사라는 직업, 겉보기엔 고상한 지식 노동자 같아도 속을 들여다보면 영 딴판입니다. 1m
올해 나는 운 좋게 두 번의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11월 과학기술인 보고회와 12월 충청남도 타운홀 미팅. 그중 한 번은 직접 질의할 기회를 얻어 “기술이전 활성화를 위해 기술이전 수익에 대한 세제혜택을 재도입해 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연구자로서 작은 목소리가 정책에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치과계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최근 치의신보 창간특집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과의사의 82.6%가 임플란트 수가 구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임플란트 환자 증가는 전년 대비 2,600명으로 예년의 10분의 1 수준이며, 평균 진료비는 1.6% 하락했다. 내수 시장이 사실상 성장을 멈춘 것이다. 90% 이상의 치과의사가 ‘포스트 임플란트’ 전략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37%는 여전히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시장 침체가 아니다. 우리가 ‘다음 먹거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용 술식, 치아 성형, 투명교정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것들은 기존 시장의 재분배일 뿐 새로운 가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AI로 다들 자리를 걱정하는 것 같아요. 치과계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사실 저희도 인력 대체를 계속 고민해 왔잖아요. 보조 인력이 대체 가능하면, 치과의사라고 다를 것도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위기라고 해도, 여전히 인간에겐 인간만의 영역이 있잖아요. 치과의사에겐 그런 부분을 강조해서 교육하면 되는 거겠지요? 소통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