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차창의 와이퍼가 새똥을 죽 밀어냈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은 마땅히 할 게 없다. 그렇기에 나는 흥미롭게 창문을 지켜봤다. 버스 기사는 못마땅한지 쯧, 혀 차는 소리를 내고 워셔액으로 똥을 닦아냈다. 금세 창문은 멀끔해졌다. 집에는 얼마 만에 내려가는 것인지 새삼 떠올려보았다. 다섯, 여섯 달만이었다. 본가를 떠나 상경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홀로 떨어져 지내다 보면 집이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기공 실습이라도 있는 날엔 왁스 증기나 석고 가루 따위가 목 안을 빽빽하게 채우는데, 그럴 때마다 집에서 얼큰하게 끓여낸 김치찌개가 간절해졌다. 갓 지은 보리밥을 숟가락으로 욱여넣고 국물이 밥알에 쫙 배어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김치와 고기를 올려 입안 가득 차게 넣으면 케케묵은 먼지들은 단숨에 내려갈 듯 싶었다. 고향이 조금씩 낯설어질 때마다 떠밀리는 느낌을 받곤 했다. 언제 한 번은 새벽에 엄마에게, 옛날에 춘천으로 놀러 가서 네 식구가 하나씩 만든 도자기 중 내가 만든 컵이 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비몽사몽간에 무슨 컵이지 스스로 되물었다가 문득 길쭉했던 도자기 컵 하나가 생각났다. 오늘은 나가더라도 차조심, 사람조심, 물조심, 불조심하거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소아치과 수련의 과정을 거친 후에 어린이들을 위한 치과병원을 개원한지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고 했던가요? 그동안에 수많은 환자 아이들과 보호자분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치과에서 환자아이를 치료해주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지식은 당연히 치과대학에서, 수련기간 동안에, 그리고 교과서에서, 저널에서, 학회에서 얻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지식들에 임상의 경험들이 축적되어 점점 더 유연하게 진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임상 30여년 이상의 기간 동안 저는 환자 보호자분들께서 저의 스승이 되어주신 적이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몇 사례를 소개하려 합니다. 첫 번째는 레지던트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어머님께서 생후 29개월짜리 딸을 데리고 오셨습니다. 주소는 턱이 더 나오게 물리는 3급 부정교합이었습니다. 너무 어린아이라서 당연히 어머님께 조금 아이가 더 커서 인상채득과 장치 장착 등의 교정과정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교정을 고려하자고 권유해드렸는데 어머님께서 실패해도 좋으니 인상채득 과정을 시도해달라고 간청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실랑이를 하다가 어차피 아이가 힘들어서 울어버리면 포기하시겠지 하는 마음으
치과의사가 된지 10년이 되면서 치과의사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봉사 단체에서 봉사하던 기억, 경찰서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자문위원, 북부지방법원 자문위원 등의 지역사회에서의 활동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과의 추억 등을 말이다. 항상 사람들을 만나면 치과의사이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사회 속에서 치과의사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더 나아가 존경받기 위해 실행해야 할 덕목들을 고 최병기 박사님의 철학에 기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사회 속에 존재하는 치과의사가 되었으면 한다> 여러 분야에서 같이 어울려 활동하고 생활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았듯이 의료인으로서의 어려운 점 등을 서로 공유하면서 사회에서도 인정받고 병원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지역사회에서도 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그 지역 자체가 잘 될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이나마 하게 된다면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의사와 법조인들은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소명감을 갖는 제일 윤리적인 집단이어야 한다> 나도 좋고 상대방도 좋게 하는 선인락과(善因樂果
숨 가쁜 2주가 지나갔다. 레지던트 원서 접수, 인턴 시험, 직후 시행된 레지던트 선발 면접과 뒤이은 발표까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모든 과정이 한꺼번에 지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잔인한 평가의 자리에 서 있었다. 불과 1년 전 인턴 선발 과정에서도 면접을 치렀지만, 그때와 이번은 달랐다. 당시에는 국시 성적과 학부 성적이라는 정량적인 지표가 중심이었기에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그러나 레지던트 선발 과정은 훨씬 복잡했다. 지난 10개월간의 인턴 생활에 대한 평가, 공개되지 않는 인턴 시험 점수(정확히는 지원 기관에만 공개되는), 그리고 면접까지 내가 알 수 없는 기준들 사이에 놓인 채 다시 ‘평가받는 사람’이 되었다. 10개월 동안 나름 성실하게 임했다고 자부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준비한 인턴 시험도 후회 없이 마쳤다. 하지만 평가 기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 특히 내가 지원한 병원은 발표가 유독 늦어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마음을 졸였고, 퇴근시간이 지나도 잠잠한 핸드폰에 결국 ‘아, 떨어졌구나’ 하고 받아들였을 때 실망감은 생각보다 컸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언제나 위로가 되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표준은 의료용 전기 기기 중 치과 분야의 핵심 장비들을 아우르는 IEC 80601-2-60:2019 (Ed 2) Medical electrical equipment-Part 2-60: Particular requirements for the basic safety and essential performance of dental equipment(KS C IEC 80601-2-60:2019 의료용 전기기기 - 제2-60부: 치과용 기기의 기본 안전 및 필수 성능에 관한 개별 요구사항)”이다. 이 표준은 기존의 일반적인 의료기기 안전 기준을 치과 진료 환경에 맞게 구체화한 것으로, 치과용 유닛, 치과 환자용 의자, 치과용 핸드피스 및 치과 진료용 조명등에 적용된다. 최근 치과 장비는 전동 모터, 고주파 수술기, 다양한 광원 등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전, 화상, 기
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인 해였으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축배를 들기엔 너무도 엄혹했다. 밖으로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례 없는 의·정 갈등의 블랙홀이 모든 보건 의료 이슈를 집어삼켰고, 안으로는 당선 무효 1심 판결과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이라는 초유의 사법 리스크가 리더십의 공백을 불렀다. 안팎으로 몰아친 거친 파도 속에서 치과계의 목소리는 묻혔고, 상처는 깊었다. 연말이면 으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만, 올해만큼 이 네 글자가 뼈아프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복합 위기’ 속에서 개원가의 경영 수지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인건비와 재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건강보험 수가는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 수가 마이너스’ 시대가 고착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 등 정부의 ‘통제 만능주의’ 정책은 전문직의 자율성을 옥죄었고,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DB 마케팅 업체와 연계된 불법 덤핑 치과들의 ‘저가 미끼 영업’은 의료를 쇼핑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개원 질서를 뿌리째
시공(時空, Spacetime) 개념의 지속적인 변화는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드라마틱한 개념적 혁신 중 하나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 critus, BCE 460년경~370년경)의 시공간(時空間) 개념은 그의 원자론(Atomism)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후대 물리학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세계를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가 ‘원자(atom)’와 ‘공허(void, 텅 빈 공간)’ 이 두 가지뿐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공간의 개념은, “세계는 오로지 ‘존재(Being)’만으로 가득차 있다”는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of Elea)의 주장에 반대하며, ‘없는 것(비존재)도 있는 것만큼이나 존재한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없는 것’이 바로 ‘텅 빈 공간, 즉 공허(void)이며, 공허를 인정함으로써 운동과 변화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원자들이 이 빈 공간을 다니면서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고 해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공간(공허)은 원자의 운동을 담을 뿐, 물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무한한 빈 확장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BCE 384-322)는 “사물이 없다면 공간이 없고, 변화가 없다면
송윤헌 치협 상대가치운영위원회 소위원장의 부친이신 故 송병권 님께서 향년 83세로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 빈소 : 서울성모장례식장 14호실 (문의 : 02-2258-5961) ■ 입관 : 2025년 12월 17일 오전 11시 00분 ■ 발인 : 2025년 12월 18일 오전 7시 30분 ■ 장지 : 서울추모공원-용인 아너스톤 ■ 마음 전하실 곳 : 하나은행 20300040200108 송윤헌
턱관절 질환 치료부터 임플란트 식립 노하우까지 개원가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강연들을 만나보는 자리가 열린다. 대한치의학회(이하 치의학회)는 오는 20일 치협 회관 5층 대강당에서 ‘2025년도 치의학회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4인의 저명 연자들이 개원가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술식들을 설명하고, 나아가 치과 의료분쟁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소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이부규 교수(서울아산병원)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성 턱관절염의 치료’를 주제로, 김종엽 원장(보스톤스마트치과)이 ‘임플란트 제거 후, 교체 식립의 치료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또 이강운 원장(강치과)이 ‘치과 의료분쟁의 경향 및 대처 방안(필수 교육)’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가며 김 욱 원장(TMD치과)이 ‘치과의사가 꼭 알아야만 할 턱관절 증식치료 및 최신 PDRN 항염재생 주사요법’을 전한다. 무엇보다 최근 턱관절 질환 치료에 대한 개원가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PDRN을 활용한 주사 요법 역시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관련 전문가의 강연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치의학회 학술대회는 필수 2점 포함 보수교육 점수를 4점 얻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