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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난 제자사랑에 감동 물결

최상묵 서울대 명예교수, 100여명 제자에
20년 전 과제 리포트와 친필 편지 보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치열한 진료 현장의 압박과 자식 키우기가 무섭고 감동이라는 것 자체가 무뎌질 대로 무뎌진 중년의 아줌마 치과의사인 내게 눈시울적실 만큼 감동을 주시고 사랑을 주신 분. 내가 바로 이런 큰 어른의 제자라는 사실이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자 장미경 올림>

20여 년 전 대학원 과제로 제출했던 리포트가 대학 은사의 친필 편지와 함께 어느 날 집으로 되돌아 왔다.

대학원 졸업 후 각자의 위치에서 평범한 일상에 침잠해 있던 제자들에게 불현듯 날아든 편지 한통과 리포트는 치과의사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열정을 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승과 제자의 연을 더욱 더 끈끈하게 이어주는 매개체가 됐다. 윗글은 편지와 리포트를 받은 제자 장미경 원장(김치과의원)의 답가다.

지난 2003년 서울치대를 정년퇴임한 최상묵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대학원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의 강의 리포트를 복사해 올 초 전원에게 되돌려 줬다. 리포트 원본은 제본해 서울치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리포트를 돌려받은 제자들은 최 명예교수가 1995년부터 2003년 학교 퇴임 전까지 강의했던  ‘사회와 치의학’, ‘치주보철학’, ‘치의학 산책’ 등의 강의를 들었던 100여명이다.

제자들 중 상당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치과대학의 교수로 또 개원의로 대부분 자리를 잡았다.

# “큰 어른 제자라는 사실에 감사”

생각지도 못했던 리포트를 돌려받은 제자 중 한명인 장미경 원장은 “2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내손으로 돌아온 리포트 내용을 읽어보니 내가 이런 걸 썼었나 싶기도 하고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임상을 한지 27년째인 오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며 “20여 년 전의 어느 때를, 현실의 풍랑에 내맡겨진 오늘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장 원장은 또 “수십 년간 학교에 계시면서 만났을 수많은 학생들의 리포트를 일일이 보관하고 계셨다니 큰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제자들의 주소를 일일이 찾아내어 보내는 수고로움을 기쁨으로 여기셨을 교수님을 생각하니 감동이 절로 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최상묵 명예교수의 유별난 제자사랑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최 교수는 그동안도 퇴직 후 갈고 닦은 그림 실력을 십분 살려 손수 그림을 그리고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손 글씨를 써서 매년 제자들에게 연하장을 보내왔다.


#환자를 질병 아닌 사람으로 보라

최 명예교수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위를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에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대학원 강의 때 제자들이 제출했던 리포트를 발견했다. 감개무량하고 정겹기도 해서 하나 하나 펼쳐 읽어보다가 그때의 추억을 환기 시키는 의미에서 제자들에게 다시 돌려 줘야겠다는 철없는(?) 발상을 하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최 명예교수는 “제자들의 원고를 복사하고 보내 줄 현주소를 확인하면서 또 그때의 제자들의 이름을 환기하면서 무척 행복했다. 제자와 스승의 관계를 떠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된 지금의 위치가 너무 행복하고 좋다”며 변치 않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최 명예교수는 퇴임 후 틈이 나는 대로 치과대학은 물론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등에서 ‘의학과 인문학의 크로스오버’, ‘사회치의학’ 등의 특강을 지속해 오고 있다.

“환자를 질병이 아닌 사람으로 봐라. 환자가 사람으로 보일 때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다.”
한 평생 그의 강연을 관통해 온 이 구절은 스승으로서 제자들의 가슴에 꼭 남겨주고 싶은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