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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아프다

(상) 환자 입만 보고 산 세월이 불러온 병
(하) 쓰러지기 전 ‘기회’는 있다! ‘체크 또 체크’
일반인 비해 근골격계 28배, 신장병 13배
1년이내 자살 생각 16%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 60%가 우울증 경험
음주율도 국민평균보다 20% 높게 나타나


진료 중간 시간이 나면 아픈 어깨를 쥐어잡기 일쑤다. 허리가 아파 계속 앉아 진료하기가 힘들다. 이상이 없는데 자꾸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환자에 머리가 아파온다. 치과의사가 아프다.  치과보건의료정책 전문 연구기관 지후연구소가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원장 민경호·이하 정책연)으로부터 지원 받아 실시한 치과의사 건강실태 조사결과가 최근 나왔다. 예상대로 치과의사 다빈도 상병은 근골격계질환. 이에 못지않게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수치도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치과의사들의 위험한 건강실태와 그 원인을 분석하고, 더 늦기 전에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봤다.
 

A원장(서울 미아동 개원)은 최근 왼쪽 어깨와 목이 너무 아파 정형외과를 찾았다. 검진결과 통증의 원인은 의외로 오른쪽 어깨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 실제 진료에 많이 사용하는 것은 오른팔이다. A원장은 “평소 도수체조, 마사지 등으로 근육을 풀곤 하는데 이번엔 통증이 너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제대로 검진을 받지 않았으면 엉뚱한 곳만 주무르고 있을 뻔 했다”며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면 목이나 어깨, 허리 등 어디 한 군데쯤 안 아픈 치과의사가 없다. 그냥 직업병이려니 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B원장(서울 목동 개원)은 젊어서부터 이 직업이 근골격계질환에 취약하리라는 것을 꿰뚫어 봤다. 이에 대비해 운동과 스트레칭 등을 꾸준히 한 결과 개원 20년 차가 다 되도록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목에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거북목 증상이라는 통보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나이가 들며 나타나기 시작한 당뇨, 누적돼 온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B원장은 “당뇨병 등의 질환이 근육 소실을 불러와 근골격계질환을 야기한다고 한다. 충분히 치료받고 쉬어야 하는데 나도 진료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니 자세는 좋아질리 없고, 바쁘다 보니 자주 치료를 받으러 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고 밝혔다.  

지후연구소(소장 박경민)가 정책연 협조를 받아 치협 회원 2382명을 대상으로 2018년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를 통해 회원들의 진료현황 및 건강상태, 주요 질환 및 암 발생여부 등을 조사·분석했다.  

응답자 성별은 남자치과의사가 67.7%(1612명), 여자치과의사가 32.3%(770명)였으며, 30대가 28.3%, 40대가 31.2%, 50대가 28.1%로, 평균연령은 45.4세였다. 평균 개원경력은 17.7년이었으며, 1일 평균 진료환자수는 10~30명 사이가 70.0%, 월 평균수익은 1000만원 이상에서 3000만원 미만이 43.3%로 가장 많았다. 평일 평균 근무시간은 점심시간 제외 7시간 정도를 근무하는 비율(86.9%)이 가장 높았고, 토요일은 평균 4시간(42.3%) 근무하고 있었다.

 


# 암 이환율도 일반국민보다 높아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과의사는 일반국민에 비해 근골격계질환 발병 위험이 28.6배, 신장병이 13.0배, 우울증이 4.0배, 갑상선질환이 3.1배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암 이환율도 일반국민에 비해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일반국민 이환율과 비교해 대부분의 질환에서 높은 상대위험도를 보인 것이다. 

치과의사의 전반적 건강실태를 살펴보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질환은 역시 근골격계질환(허리, 목, 손목 포함)으로 46.7%(1112명)의 이환율을 보였다.

이는 편측으로 치우친 작업 자세에서 기인한 측면이 가장 크다는 분석으로, 신체부위별 통증정도에 있어서도 우측 어깨부위에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올바르지 않은 치과진료 자세에서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어깨부위 3.3배, 발 2.9배, 손 2.8배, 목 2.8배, 등 2.4배 순으로 나왔다. 

이어 치과의사가 많이 앓는 질환은 고지혈증 24.2%(577명), 알레르기성질환 20.7%(493명), 고혈압 17.3%(411명), 우울증 7.7%(184명), 당뇨병 5.8%(139명), 심장질환 4.2%(101명) 순이었다. 실제 개원가 원장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핸드피스 소음 등 계속해 소리에 의한 자극을 받는 직업이라 이명이나 난청 등 청각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남녀차를 보면 남자의 경우 여자에 비해 ▲고지혈증 29.3%(472명) ▲고혈압 23.4%(378명) ▲안과질환 10.4%(168명) ▲당뇨병 7.9%(128명) ▲심장질환 5.5%(88명) 등의 증상이 높게 나타났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근골격계질환 50.5%(389명) ▲알레르기성질환 24.8%(191명) ▲우울증 9.4%(72명) ▲갑상선질환 9.0%(69명) 등의 증상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각종 질환 이환율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했으나, 특이하게 알레르기성질환의 경우 50~60대 보다 30~40대 치과의사에게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실제적 건강지표와 달리 치과의사들은 스스로 부여하는 주관적 건강점수는 6.66점(10점 만점)으로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만큼은 취약한 자신감을 보여 과당경쟁, 환자·스탭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실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2주 이내 우울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60.9%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여자치과의사(64.5%)가 남자치과의사(59.2%)에 비해 높은 양상을 보였다. 특히, 최근 1년 이내 자살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6.3%(338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일반인 비율(9.8% 수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밖의 건강행태와 관련해서는 82.7%가 음주를 하며, 이 중 한 달에 2회 이상이 33.4%(795명), 한 달에 1회 이하가 21.5%(512명), 일주일에 2~3회가 18.8%(448명), 일주일 4회 이상이 8.1%(192명)의 비율을 보였다. 이는 일반국민 평균 음주율 63%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흡연자의 비율은 14.7%(349명)로 일반국민 흡연율 39%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하루 1갑 이하가 12.0%(285명), 1갑 이상이 2.7%(64명)를 보였다.

# 은퇴 고민사유 1순위는 ‘건강문제’

이 외에 응답자의 55.4%(1320명)는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으며, 은퇴사유는 본인의 건강문제 28.4%(686명), 환자와의 관계 21.4%(515명), 병원경영문제 17%(411명) 순이었다. 전반적으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 모든 은퇴사유에 있어 높은 비율을 보였는데, 가족문제에 의한 은퇴사유 부분에서만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육아나 자녀교육에 있어 전반적으로 여성의 부담이 큰 실태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직업적 위험성을 반영하듯 일부 선진국에서는 치과의사의 보험등급을 정비사나 운전기사와 동급으로 설정키도 한다. 스코틀랜드의 한 보험회사는 직업군에 따라 위험등급을 매겨 보험료를 책정할 때 치과의사를 비행기 정비사나 굴뚝청소부, 택시·버스기사, 우체부, 신발수리공, 웨이터 등과 같은 3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치과위생사나 치과기공사, 내과의사, 약사, 수의사, 꽃장수 등은 2등급, 변호사나 안경사, 목사, 병리학자 등은 1등급이다.

의료계의 한 전문가는 “치과의사가 많이 갖고 있는 근골격계질환은 흔히 ‘세월이 불러온 병’이라고 부른다. 특정 자세로 오랫동안 일해 온 사람들이 잘 걸린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치과의사의 작업 환경은 다른 전문직군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화학적 유해요소가 많고 통증도가 높은 환자군을 진료해야 하는 특성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평소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질환이든 한번 발병하고 나면 완벽한 회복이 어렵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는 늦는다. 문제가 없을 때 문제를 찾는 것, 아직 ‘기회’가 있을 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