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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의 매력

스펙트럼

일반적으로 곰탕은 고기를 고아서 만든 탕을 일컫고, 설렁탕은 뼈를 기본으로 하여 푹 끓여서 만든 탕을 뜻합니다. 그래서 곰탕이 좀 더 맑은 국물을 가지고 있고, 설렁탕이 좀 더 하얀 국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곰탕에도 뼈를 넣고, 설렁탕에도 고기를 넣고 끓이기 때문에 둘의 차이가 점점 모호해져가고 있습니다.

 

곰탕이란 고기를 맹물에 넣고 끓인 국이라는 의미의 공탕(空湯)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고기를 푼 곤 국이라는 의미의 곰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시의전서”를 보면 ‘고음(膏飮)은 소의 다리뼈, 사태, 도가니, 홀떼기, 꼬리, 양, 곤지소니, 전복, 해삼을 큰 그릇에 물을 많이 붓고 약한 불로 푹 고아 맛이 진하고 국물이 뽀얗다’라고 오늘날의 곰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곰탕의 “곰”은 원래 고기나 생선을 천천히 푹 삶은 국을 뜻하는데 “고다”의 “고”는 기름다니는 뜻이라고 합니다. “고음”은 기름진 음식이고 그 말이 줄어서 “곰”인데 여기에 국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곰국, 탕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곰탕이 되는 것입니다.

 

1904년에 개업한 한 설렁탕집은 115년 전통의 음식점으로 무쇠솥에 사골을 17시간 동안 고은 후 기름을 제거한 뽀얗고 맑은 국물 맛으로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설렁탕이나 곰탕집 중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제법 있는데, 어짜피 24시간 끓여야 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양지만을 오랜 시간 동안 삶아보았지만 진한 맛이 나지 않아 국간장으로 마무리 하였고, 사골과 함께 12시간을 삶았더니 비로소 가족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탕이 나왔습니다. 물에 빠진 고기보다는 구운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적절히 익은 김치와 함께하는 곰탕은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음식입니다.

 

이 글을 읽으실 때 즈음에는 무더위가 조금 주춤할 때일 것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더운 날에 곰탕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2시간을 끓여야하는 곰탕을 10시간만 끓이면 어떨까요? 아니 우리 모두 바쁘니까 한 2시간만 끓여보는 건 어떨까요?

 

너무나도 바보같은 질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뼈를 갈아서 물에 타서 먹으면 어떨까요? 요즘 아이들의 표현으로 신박한 방법일까요? 뼈를 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렇게 물에 타서 드시려는 분은 안계실 것입니다.

 

경쟁, 분주함, 스트레스 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발치 즉시 임플란트를 하는 경우도 물론 있기는 하지만, 발치와가 치유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치유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임플란트 식립 후 보철 치료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니 발치 환자에게 치과의사로서 통증 조절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실제로 통증이 없어지게 하는 것은 시간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덜 아프게, 덜 붓게, 그리고 통증을 잊어버리거나 못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입니다. 치유가 되기 전까지 아픈 것은 사실 당연한 육체의 반응입니다.

 

곰탕으로 다시 돌아와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MSG로 대표되는 화학조미료를 넣는 것입니다. 물론 화학조미료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정서로 아직은 화학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곰탕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들이 너무 편하게, 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말로 위안을 삼을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정복하려고 하지 말고, “시간”과 함께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