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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어집 6판과 치의학용어

특별기고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이번에 발간되는 의학용어집 6판 내의 치의학용어를 평가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학한림원)의 의학용어개발 및 표준화위원회(의학용어위원회) 주최로 치의학용어 평가를 위한 원탁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의협의 의학용어위원회에서 치의학용어를 담당하였던 양익 교수(한림의대)와 필자가 주제 발표하였고, 신제원 교수(경희치대)와 이승표 교수(서울치대)가 지정 토론하였습니다.

 

이 같은 토론회가 열린 이유는 의학한림원에서 매년 4차례의 의학용어 관련 원탁토론회를 하는데, 의사 자신들이 치의학용어를 잘 모를 뿐 만 아니라 용어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치과계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하여  의학용어집 6판의 출간에 앞서 어려움이 많았던 치의학용어를 평가해보고 싶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의학용어집 6판을 만드는 동안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자문을 구했으나, 필자가 의학한림원 회원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기 보다는 대한치의학회에 공식적으로 협조 요청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번 원탁토론회를 위해 주제발표자 양익교수가 제출한 900여 개의 치의학용어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dentition 등과 같이 완전히 잘못된 번역이나, denture bearing area 등과 같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용어, odontogenic 등과 같이 치의학용어집에서도 통일되지 않은 용어에 대하여 개인적인 의견을 발표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dentition은 의학용어집 6판에 치열, 생치, 이틀니로 번역되어 있어서, 「치열(치의학용어집)은 맞으나, 생치, 이틀니는 잘못되어 있습니다.

 

dentition은 유치 또는 영구치가 배열되어 있는 상태로서, 유치와 영구치 등 각각의 치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permanent dentition과 secondary dentition은 영구치, 간니, 이차이가 아닌 영구치열(永久齒列)이며, primary dentition 또는 deciduous dentition은 젖니, 유치, 일차이가 아닌 유치열(乳齒列)입니다. 또한 치아 교환 시기에 유치와 영구치가 함께 배열되어 있는 경우 mixed dentition(혼합치열)이라고 합니다.」라고 설명하였으며, 「denture bearing area의 번역은 치의학용어집의 “의치지지부위”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치지지”의 지지(支持)는 의치를 받치고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의학용어집 6판의 의치(틀니)부담부위의 “부담”은 사전에 의하면 “첫 번째 뜻이 “어떠한 의무나 책임을 짐”이라고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도 “부담스럽다.” 등의 의미로 사용되어, 용어의 원래 의미와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odontogenic의 경우 의학용어집 6판에는 1. 치아(이)발생- 2. 치원성-, 치아탓-으로 번역하여 odontogenic fibroma, odontogenic myxoma, odontogenic tumor를 각각 치원성섬유종, 치원성점액종, 치원성종양이라고 하였으나, 치의학용어집은 “치성의, 치원성의”라고 하고, 각각 치원섬유종, 치성점액종, 치(원)성종양 등 다르게 표기하였으며, 이외에 odontogenic pain은 치원성 통증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odontogenic infection, odontogenic cyst 등을 각각 치계성 감염, 치계성 낭(종) 등으로 사용하고 있어 논의를 거쳐 하나로 통일해야겠다고 하였습니다. 띄어쓰기에는 아직 논란이 있는데 의학용어집 6판에서는 “~성” 다음에 모두 붙이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원탁토론회 후  의협 용어위원회에서도 의학용어집 6판이  완성되어 제작 중이지만 명확히 잘못된 용어는 출간이 늦어지더라도 수정하겠다고 하였으며, 이 같은 토론회가 좀 더 일찍 이뤄지고, 치과계와의 의견교환이 보다 원활히 이뤄졌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아쉬워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언젠가 개정판이 나올 것이므로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것입니다. 2019년 12월 11일 원탁토론회가 있었는데, 바로 전날 필자의 책장에서 놀라운 책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1972년 심태석, 김수철, 김용관, 김동순 교수님들이 쓰신 용어설명 852쪽, 색인만 129쪽으로 방대한 『齒科醫學大辭典』입니다. 序文에 「醫學이 어려운 與件 속에서도 끊임없는 硏究와 努力으로 이젠 歐美各國의 醫學과 어깨를 겨룰 만큼 成長하고 發展하였는데 齒醫學은 서울大學校 齒科大學이 開校하고 50餘年이 지났지만 齒醫學에 대한 譯刊이나 著者가 全無한 한 形便으로 齒醫學에 關한 國內書籍의 貧困으로 항상 마음 한구석에 負擔을 느껴오다가 이 辭典을 發刊한다. 3餘年의 努力으로 만들어진 이 辭典은 우리나라 最初임은 勿論 世界的으로 4번째로 出刊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 辭典의 特徵의 첫째는 齒醫學用語가 醫學用語, 工學用語, 藥學用語 등 廣範圍한 用語들과 달리 獨自的인 用語로서 使用하고 있기 때문에 12,000餘에 달한 項目을 各 分野에서 拔萃하여 收錄하였다.」고 하였습니다. 1972년이면 필자가 본과 4학년 때입니다. 오랜 시간 치의학용어집 발간에 관여하고 봐왔지만 한 번도 이 사전이 언급되지 않았으며, 개인적으로도 수년 동안 치의신보에 글을 연재하면서 사전을 많이 봤었는데, 다른 사전만 보고 이것을 책장에 꽂아 놓고만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그지없습니다. 선배님들이 이룩해놓으신 것을 이어나가지 못한 후배의 어리석음을 탓합니다.


원탁토론회를 준비하는 동안 「①의사협회에서 왜 치의학용어를 다루나? ② 우리(치과의사)가 주면 그대로 쓰면 되는 거 아니냐? 자존심 상한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먼저, 『齒科醫學大辭典』의 제목에서도 보듯이 치의학도 의학의 한 분야입니다. 인체 내에 모두 포함 되어 있지 않나요? 의학용어집에 치의학용어가 들어있다고 뭐라고 말할 필요 없습니다.

 

어쨌든 의학용어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가 치의학용어집을 잘 만들고 우리도 필요한 다른 용어가 있다면 넣으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손 놓고 있는 동안 의협과 의학한림원은 지속적으로 연구해왔고, 많은 것을 축적해왔습니다. 우리가 논의할 때 의학용어에 조예가 있는 의사를 토론에 참여시켜 우리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고, 그것이 싫다면 논의된 모든 자료가 녹음자료까지 참조하여 책으로 출간되었거나, 준비 중이므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의학한림원은 일본, 중국의 경우도 연구하고, 치의학 뿐만 아니라 간호학, 약학, 수의학, 공학까지도 함께 열어놓고 토론해왔습니다. 치의학계에서도 몇 차례 동참하였습니다. 2010년에 의학 권장용어 선정방향에 대하여 최순철 교수(서울치대)가 지정토론에 참석하였고, 2012년 필자가 한림원 회원이 되던 해(필자는 회원이 되자마자 회장을 찾아가서 의학용어위원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배우러 들어간 것입니다.),

 

치의학용어만 가지고 원탁토론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회 추천을 받아 주제발표를 조리라 교수(강릉원주대 치대), 이신재 교수(서울치대)가 하였고, 필자가 지정토론에서 많은 문제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토론회 후 의학용어위원회 위원장이 「역시 치의학용어는 치과의사가 해야 되겠네요.」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협과 의학한림원 사이에 소통부족으로 이번 의학용어집 6판에 반영되지 못한 점을 의협 의학용어위원회 위원들도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둘째는 공부한 사람만이 자존심을 내세울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위의 『齒科醫學大辭典』을 집필하신 네 분 교수님들이 말씀하셨다면 필자는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이에 따라 치의학용어도 바뀌어야 합니다.

 

김진해 교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의 “예쁜 말은 따로 없다.”라는 주제의 글에서 「예쁜 말이 무엇인지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왜 고유어는 예쁜 말이고 한자어나 외래어는 예쁘지 않은가. 예쁜 말이란 말뜻이 잘 통하고 더 많은 이를 포용하는 말」이라고 하였지만, 해부학용어처럼 일시에 한글로 모두 바뀌어 혼란을 주는 일도 문제이지만 진지한 논의를 거쳐 많은 용어들이 한글화 되고 있습니다.

 

용어는 생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단어들이 소멸되고, 새로 생성되고 있습니다. 용어위원회의 자세도 변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용어위원회에서 정하여 치과의사나 일반인들에게 쓰도록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많이 쓰고 있는 짜장면이 자장면과 함께 복수의 표준어가 되듯이 그들이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용어들을 찾아내어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의 통일되고 표준화된 치의학용어가 왜 필요한 지 그 의미를 모르는  치과대학 교수를 포함한 치과의사들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다시 논하고 싶습니다. 용어는 너와 나만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 모두가 필요로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