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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질 방법 연구의 진짜 의미

기고

지난해 10월 말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가장 효과적인 칫솔질은 회전법? 틀렸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칫솔질은 회전법? 안 닦은 것과 비슷’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국민들에게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동안 치과의사들이 대중들에게 널리 권해왔던 칫솔질 방법이 마치 모두 틀린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 해당 보도는 조현재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교수팀이 대한구강보건학회지 2019년 9월호에 발표한 논문 ‘칫솔질 방법 간 치면세균막 제거 효율 연구’를 자극적인 기사제목으로 다룬 것으로, 이에 대해 조현재 교수가 입장을 정리해 본지에 전해왔다.<편집자주>

 

안녕하세요.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조현재 교수입니다. 지난해 10월 말 주요 언론을 통해 자극적으로 보도된 제 연구 ‘칫솔질 방법 간 치면세균막 제거 효율 연구’에 대해서 본래의 연구취지와 의의에 대해 글을 써봅니다.


칫솔질 방법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만 회전법을 기본 칫솔질로 권장하고 있다고 들어서 Youtube에서 ‘toothbrushing instruction’을 검색해보니 수평진동(바스법이 아닙니다)이나 scrubbing(원호 동작과 유사)법으로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실제 치면세균막 착색을 환자 및 저에게 해보고 실제 칫솔질을 하였을 때 얼마나 제거되는지도 실험을 해보았을 때 회전법으로 제거하려면 상당히 오랫동안 해도 제거가 잘 안 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여기에는 회전법에 알맞은 칫솔(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상당히 단단한 칫솔모로 제작되어야 합니다)이 아니었고 거기에 회전법을 제대로 못 하는 부위(하악 구치부 설측)인 영향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대중적으로 권하기에는 어려운 동작이며, 치면세균막 제거가 효율적이지 않기에 문제는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번 제 연구 외에 대한구강보건학회지(2008;32(3):329-338)에도 실험적으로 나오는 내용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현재 우리나라만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도 대한구강보건학회지(2015;39(3):195-200)에 발표되어 있습니다. 미국 치과의사협회에서는 앞뒤로 짧게 움직이는(short stroke) 방법을 권장하고 있고 심지어 일본은 치아우식증(충치) 예방을 위해 수평법을 기본 칫솔질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영국 NHS guideline의 경우 부모가 쓰는 방법을 적절히 수정하여 알려주고 특정한 한 가지 방법만을 알려주면 안된다는 지침이 있습니다.


다만 ‘회전법을 절대로 쓰면 안 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전법을 기존에 잘 쓰고 있고 이로 인해 치면세균막 지수가 낮은 사람은 현재 회전법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치과에서도 회전법으로 환자들의 치면세균막이 잘 조절되는 결과들을 확인했고 이를 알려주는 체계적인 칫솔질 교습 프로그램이 있다면 역시 회전법으로 계속 교육하여도 됩니다.


저는 칫솔질에 있어서 가장 좋은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근거에서도 그것을 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손목을 여러 번 써야 하는 것이 어렵고 특히 하악 구치부 설면의 세균막 제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회전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조만간 관련 학회 및 정부단체에서 회전법보다 쉽고 실천하기 좋은 방법이나 지침을 만들어서 배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결과의 단변량분석에서 사선법이 가장 제거 효율이 높았다고 하지만 시간, 부위, 대상자까지 보정한 다변량 결과는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수평법이 다변량에서 유의하게 나왔지만 수평법의 동작도 짧게 앞뒤로 진동하는 분부터 횡마법 같이 크게 움직이는 분까지 섞여 있었습니다(입을 다물고 칫솔질하는 영상을 보는 것이기에 칫솔 1~2개 이내의 움직임인지 그 이상인지 구별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차인표 동영상의 횡마법 같이 크게 움직이는 칫솔질 방법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수평동작에 의한 마모에 대해서도 저는 기존에 알려진 생각과 다릅니다. 우선 횡마, 종마와 같이 마모된다의 마(磨)자를 칫솔질 방법 명칭에 넣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치경부마모증(cervical abrasion)이란 용어도 교합에 의한 치경부굴곡파절(cervical abfraction)이라는 증상과 구분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비우식성치경부 병소(non-carious cervical lesion, 이하 NCCL)라는 용어로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러한 NCCL이라는 병소를 볼 때 이것은 칫솔질 마모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NCCL은 강한 교합에 의한 이상접촉, 부식(erosion), 칫솔질과 같은 기계적 마모 3가지가 복합되어서 나타낸다고 합니다. 실험적으로 재현이 어렵기 때문에 NCCL의 원인에 대해서는 근거가 많지 않습니다. 다만 in-vitro 실험으로 인간 상아질 시편에 칫솔모의 강도를 다르게 6300번 칫솔질하면서 부식을 한 경우와 안 한 경우를 비교해보면 칫솔모보다 부식이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친 근거가 있습니다(Plosone;2016Apr12;11(4):e0153250). 향후 저는 대상자별로 칫솔질 촬영영상과 NCCL 정보도 수집하여서 역학연구로 과연 수평칫솔질이 치아 마모에 영향을 미치는 가도 연구해볼 예정입니다.


결론적으로 특정 한 개의 칫솔질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리거나 이번 연구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어떤 방법으로 칫솔질 교육을 해야 하는가? 이 점이 앞으로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