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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십이지신 중에 쥐를 뜻하는 “자”가 가장 먼저인 이유는 아주 먼 옛날 옥황상제가 지상의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불렀을 때, 소의 등에 타고 있던 쥐가 가장 먼저 도착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밤 12시를 “자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자시”가 밤 11시에서 새벽 1시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육십간지로 본다면 37번째 경자의 “경”은 백색을 의미하기 때문에 올해는 흰 쥐의 해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쥐류는 12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종류는 시궁쥐, 곰쥐, 생쥐와 들쥐들입니다. 쥐는 예로부터 경제적인 피해와 위생상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경제상의 피해로는 들쥐에 의한 농작물 피해, 집 쥐에 의한 저장곡식, 채소, 과일의 피해, 닭장의 침입 등의 피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조물의 파손, 식품 등 각종 상품의 피해, 때로는 케이블을 갉기 때문에 통신, 전기 계통에도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위생상의 피해로는 각종 인축 전염병의 병원체를 보균하여 매개체가 되는 피해를 줍니다. 쥐에 붙은 곤충이나 진드기의 매개로 질병이 발생하는 수가 있으며, 페스트, 발열병, 쓰쓰가무시, 리케차, 두창 등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 1월 26일 “전국 쥐잡기 운동”을 벌였으며, 이 때 농림부가 추산한 우리나라의 쥐 개체수는 9000만 마리였습니다. 정부는 전국 540만 가구에 20g씩 쥐약을 배포하였고, 잡은 쥐의 꼬리를 학교나 관공서로 가져오면 쥐 꼬리 하나 당 연필 한 자루나 복권 당첨권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쥐약을 뿌린지 20일 만인 2월 19일 농림부는 4154만1149마리의 쥐를 소탕하였다고 하니 꽤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5월 15일 2차 전국 쥐잡기 대회를 실시하고 3200백만 마리의 쥐를 잡은 것으로 추계하였습니다. 80년대까지 1년에 2차례 정도씩 하던 쥐잡기 운동은 90년대 들어서면서 사라졌습니다. 필자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8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아파트 천장에 쥐가 돌아다니는 소리를 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직도 수풀이 우거진 한강변이나 아파트촌에서도 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해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쥐가 국내에서만 35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쥐는 번식력이 좋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며, 인간 유전자와 90% 이상 같아 실험용으로 애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유전자와는 80%가 동일하고 19%가 매우 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목적에 따라 래트와 마우스가 모두 실험에 이용됩니다. 적절한 시기에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래트는 거의 고양이만큼 커지는 것을 대학 실험실에서 보았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실험용 쥐를 뜻하는 모르모트는 과거 네덜란드에서 기니피그와 마멋을 혼동하여 불렸던 것이 잘못 전해져 일본어로 기니피그를 모르모트라고 하는데에 기인합니다. 기니피그는 1780년부터 실험동물로 사용된 기록이 있습니다. 동물실험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후 19세기 프랑스의 클로드 베르나르에 의해 비로소 의학적 동물실험이 체계화되었습니다. 동물실험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여 찬반에 대한 논쟁은 논술시험의 단골 주제입니다. 동물 보호 법안은 1822년 영국 의회에서 제정된 이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과 밀접한 쥐는 이야기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손톱을 먹은 쥐라는 전래동화부터 사자에게 은혜 갚은 쥐, 고양이와 생쥐 등의 이솝우화도 있습니다. 그 중 페리 인덱스 352번으로 우리나라에 “서울쥐와 시골쥐”로 알려진 “시골쥐와 도시쥐”는 고대 그리스에서 쓰여진 우화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도 딱 들어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불안과 스트레스의 가득함 속에서 화려하게 사는 도시 쥐와 풍족하진 않지만 마음 편안하게 사는 시골쥐의 비교는 이솝의 시대가 200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쥐는 설치목에 속하는 쥐과 동물로, 설치목에는 기니피그, 나그네쥐, 날다람쥐, 뉴트리아, 다람쥐, 비버, 청설모, 친칠라, 캥거루쥐, 프레리도그, 햄스터 등이 있습니다. 다람쥐는 쥐와 가까운 친척이고 쥐처럼 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지만, 쥐는 혐오 동물로, 다람쥐는 귀여운 동물로 인식되는 것은 외모지상주의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해서 씁쓸합니다. 반면에 오해하기 쉬운 동물로 두더지는 두더”쥐”가 아니라 두더지이며, 박쥐는 박쥐목에 속한 동물로 개나 고양이와 더 가까운 동물입니다. 쥐의 해 시작부터 박쥐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포유류 중에 유일하게 날 수 있다는 특이점을 가졌을 뿐, 쥐와는 친척관계가 아닙니다. 쥐의 해에 쥐와 상관없는 박쥐로 인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빨리 사라져주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