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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한 환자

스펙트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 일터의 내원객도 무척 줄었습니다. 예방치과 진료 특성상 에어로졸 발생의 위험이 큰 초음파 스케일러나 에어플로우를 사용하다 보니 대부분의 약속이 취소되는 것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각종 진료 프로토콜을 정리하고 재료를 정비하는 데에 시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년차 봉직의로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제 지인들도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부족하나마 각자 새로 알게 된 내용을 SNS 대화방에 공유하며 함께 스터디를 하기도 합니다.

각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 보면 이제 어느 정도 자신만의 술기가 익숙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마치 학예회를 하듯 누가 누가 잘하나 뽐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서로의 술기를 이해하고 장단점을 분석하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다만, 아직 대부분이 혀를 내두르는 술기 외적인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환자를 대하는 방법입니다.


한번은 매서운 환자로부터 된통 당한 동기가 단체 대화방에 울분을 토한 일이 있었는데, 물꼬가 트였는지 너도나도 유사한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과잉진료를 당했다며 따지고 드는 환자부터 의료분쟁으로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보호자까지, 마치 ‘진상 콘테스트’를 보는 것 같았달까요. 제가 아직 그렇게까지 무서운 경험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따름이었습니다.


저는 보통 이런 환자들이 치료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막상 대화방에 올라온 경험담을 종합해 보면 ‘모 아니면 도’의 특성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관심이 너무 많거나, 혹은 아주 무관심한 것이지요. 이때 관심이 과도한 환자들에게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기에 이어질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지만, 무관심한 환자가 갑작스레 돌변했을 때에는 미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무척 곤혹스러웠다는 이야기가 꽤 와닿았습니다.


사실 제 진료실에서 무관심한 환자가 벌일 수 있는 상황이라 봐야 고작 ‘스케일링을 했는데 왜 피가 나냐’, ‘왜 이 칫솔을 사게 했냐’ 정도의 가벼운 수준인지라 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히려 무관심한 환자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무관심한 환자에게 관심을 불어넣어 스스로가 반응하고, TBI 등 제공된 정보를 활용해 직접 자가관리의 효과를 실감토록 하는 것이 바로 예방진료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무관심이 좋지 못한 예후로 곧장 연결될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것을 잊고 지냈던 것입니다.


때로 치료 위주의 진료 자체에만 급급하여 환자의 성향이나 이로 인한 영향을 내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환자의 관심 정도에 따라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때, 보다 나은 예후를 기대함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는 빈도 또한 줄어들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