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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커뮤니티케어-지역포괄케어 현장을 다녀와서

특별기고 | 대한노년치의학회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모형 개발<3·끝> : 일본 사례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모형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노년치의학회(회장 이성근·이하 대노치)가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 발주 과제 수행의 일환으로 독일,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사례를 둘러보고 왔다. 대노치 소속 연구자들이 커뮤니티 케어의 필요성과 독일, 일본의 상황을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국제적 통금이 생기기 조금 전인 작년 11월에 협회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일본 동경 스미다구의 지역포괄케어 현장을 다녀왔다. 같은 연구팀이 다녀온 독일이 사회복지를 탄생시킨 선구자이자 모범답안일 수 있다면, 일본은 법적이나 정치적, 문화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우리와 닮았으면서도,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인구 고령화의 길을 가고 있어 여러 가지 소중한 간접 경험을 제공하고 있어 의미가 있다 할 수 있겠다.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의 사고방식은 일본에서 지역포괄케어가 논의되기 훨씬 이전에 독일, 영국, 호주, 북유럽 국가,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 경험적으로 발달해 왔다. ‘커뮤니티 케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통합 케어(Integrated Care)’나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Aging in Place)’의 개념으로도 강조되어 왔다. Aging in Place에서 ‘Place’는 바로 삶을 영위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려면 다양한 서비스가 통합된 모습, 즉 ‘통합 케어’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에서 ‘지역’이 지칭하는 범위와 지향하는 강조점은 각각 차이가 있지만 개인 개인이 삶을 유지하는 ‘지역’이 모든 보건·의료·복지서비스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은 같다. 일본은 한국보다는 더 지역의 뿌리가 강하다.

 

어느 지역이든지 전통을 지키는 고유의 마쓰리(축제)가 연중 계속된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복지활동은 오래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앙집중적으로 발전을 도모해 온 우리에게 일본의 경험과 실천이 과연 어느 측면에서 어느 정도 참고가 될 지에 대한 판단에는 면밀한 검토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일본에서 처음 ‘지역포괄케어’가 정의된 것은 2013년으로 ‘지역의 실정에 따라, 고령자가, 가능한 정든 지역에서, 가진 능력에 따라 자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개호, 개호예방, 주거 및 자립적인 일상생활의 지원이 포괄적으로 확보되는 체계’가 그 내용이다.

 

여기서 ‘지역’은 ‘일상생활권역’을 말하는데, 전국에 약 1만 개 있는 중학교 구역과 거의 같고, 인구 약 1만 명 정도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케어인 지역통합돌봄의 기준 단위가 부천시, 화성시 등이고 인구가 80만 명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일본의 기본단위가 아주 작고, 생활에 밀착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지역포괄케어의 실제 모습은 전국 일률적으로 시행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자주적으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이다. 따라서 지역포괄케어의 구체적인 모습은 각 지역의 실정이나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지역포괄케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복지의 경계를 넘어 여러 직종이 연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지역포괄케어가 표면적으로는 전국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향후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도시지역, 특히 도쿄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이 주된 대상 지역이다. 그리고, 초기에 65세 이상의 노인을 주 대상으로 하던 것을 ‘전세대, 전대상형’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지역포괄케어는 병원에서 재택으로의 이전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데 이때의 재택은 좁은 의미에서의 자택 뿐 아니라 공식적인 고령자시설(특별양호노인홈, 노인보건시설, 개호요양병상)과 비공식적인 고령자시설도 포함된다.


이번에 다녀온 동경 스미다구는 스카이트리가 위치한 곳으로 그 중에서도 북부구인 무코우지마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지역포괄케어 중 치과의사들의 활동을 견학하였다. 일본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무코우지마 치과의사회 소속 치과의사들도 다직종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치과의사들의 역할이 지금까지는 진료소(일본에서는 치과 병의원을 진료소라고 함) 완결형, 즉 치주염 치료, 치아우식증 치료, 의치 치료 등 진료소 내에서 치료를 완료하였다면, 앞으로는 지역완결형의 치과의료로 이행하면서 다른 직업군과의 협력연계를 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교합의 회복이나 구강의 위생관리 뿐 아니라, 연하기능의 유지회복을 지역에서 시행하기 위한 역할도 치과의사의 담당이다. 이러한 역할을 위해 재택에서의 대응도 필요하다.

 

이에 무코우지마 치과의사회는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지역의 기업, 다직종 네트워크 만들기를 2015년부터 계획하였다. 3년 전부터는 개호예방사업을 위해 관내의 지역포괄지원센터 4곳에서 지역의 기업 즉 주식회사 메이지(개호식품), 삼신가공주식회사(개호식품용 그릇 수저), 스미다 쇼쿠이쿠 굿네트(지역의 주민조직단체)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가 간 곳은 무코우지마 지역의 지역포괄지원센터의 홀이었고, 그 곳에서 치과의사, 지역의 기업, 지역의 전문직 집단, 스미다 쇼쿠이쿠 굿네트, 지역포괄센터 직원들이 지역주민 80명에게 교육을 실시하였다. 교육내용은 구강연하기능과 구강검진, 토로미(점도조절제) 조정제와 저영양 방지, 영양에 대한 간단한 퀴즈, 파타라카체조(연하기능 향상을 위한 입체조), 신체의 운동 등을 실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치과의사들은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일본처럼 환자가 있는 곳에 직접 방문하여 진료하는 왕진을 활성화하여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일본과 같이 치과의사가 환자의 자택이나 환자가 기거하는 시설에 방문하여 진료를 하려면 여러 가지 제도와 법령이 개정되어야 하고, 왕진에 대한 수가가 책정되어야 한다. 꼭 필요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법령이나 제도가 개정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지역사회 구강보건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중 방문간호로 대상자의 구강위생관리를 할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10명 이하의 치과위생사만이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수만 개에 이르는 노인장기요양시설 중에서 계약치과의사(기존의 촉탁치과의사)를 두고 있는 수도 10개 이하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자신이 젊은 시절에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였고, 지금도 그의 자녀들이 매달 건강보험료와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내고 있는 노인들이 꼭 필요한 치과치료나 구강위생관리를 받으려 해도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어떤 해답을 준비해 가야 할까? 일본의 방문진료와 지역포괄케어에서의 치과의사의 활동들은 정답은 아닐지라도, 답을 찾아가는 데 중요한 힌트를 주고 있다.

 

장비와 재료가 필요한 치과진료의 특성상 방문진료를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 어렵다면 컴팩트한 진료장비를 개발하거나, 환자를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가능할 것이다. 현실적인 수가와 제도적인 지원으로 많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들이 지역사회통합돌봄의 현장에서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의료취약자들에게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