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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예찬 I -부제 : 청계산에 오르며

스펙트럼

휴일이면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6시에 집을 나섭니다. 새벽 6시 30분, 복장을 갖추고 지인들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곳은 청계산 옛골 입니다. 초입에서 서서히 경사로로 진입해서 10여분을 오르면 쌀쌀한 아침 온도는 느껴지지 않고 송글송글 이마에 땀이 맺히면서 숨이 살짝 가빠집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함께 간 지인들과 함께 계속 오르다보면 어느새 이수봉의 정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 16년 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던 중 자꾸 허물어져 가는 일상생활에 규칙적인 일상을 더하려는 마음과, 건강을 지키려는 자그마한 노력 구상에 의기투합한 3인의 치과의사들은 접근과 오르기가 쉬운 청계산으로 장소를 정하고 일요일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주중에 힘들게 병원생활을 하고 나서 맞이하는 휴일에 늦잠을 자지 않고 오히려 더 일찍 일어나서 아직 날도 밝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집을 나서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고, 한겨울에 매서운 추위에 귀마개에 겹겹이 옷을 껴입고 정상에 오르면 땀이 고드름이 되어서 매달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계속 해오니 어언 누적 산행 회수가 900여 회 이상이 되었네요.

 

어제 산을 오를 때에 눈에 들어오는 새 잎새들의 푸릇함과 그 위에 맺힌 이슬방울, 크게 숨을 들이마실 때에 폐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공기, 그리고 밝은 햇살과 함께 어우러져서 우리를 반기는 청명한 산바람의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모르실겁니다. 아는 분들 모두의 손을 잡고서 이 자리로 모시고 싶은 마음입니다.

 

“산이 있기 때문에 오른다(Because it’s there.)”

 

영국의 유명한 등산가인 조지 맬로리(George Mallory)에게 사람들이 질문을 했습니다. “산에 오르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데 왜 그렇게 힘든 등산을 계속 하십니까?”, “올라가면 또 내려 올 텐데 왜 힘들게 올라갑니까?” 사람들의 이러한 질문에 맬러리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 산이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 그의 간략하고도 직관적인 대답은 그 이전과 이후 수많은 산악인들이 감당했을 질문, 혹은 자문(自問)에 대한 멋진 대답으로서 등산가로서의 철학이요, 좌우명으로 회자되었습니다. 그는 이후 최초 등정 산악인으로 기록되어있는 힐러리 경 보다 30년 전에 에베레스트를 올라서 만년설에 묻혀 히말라야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나이 40이 될 때까지 저는 위의 질문한 사람들과 똑같았습니다. 어느 단체에서 산에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하면 빠질 것인가를 궁리하고, 어쩔 수 없이 참석을 해야한다면 출발을 함께 하고 5분 정도 지나면 슬그머니 옆길로 빠져서 식당에 먼저 가서 파전과 동동주를 즐기는데 바빴었습니다. 그런 제가 크게 한 번 병원 신세를 진 후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억지로 해본 산행에서 맛을 느낀 후 부터는 완전히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동네 산행을 거창하게 히말라야 산을 등정하는 등산가에 비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섭렵하고 외국 산까지 오르내리는 진정한 산악인 분들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산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 산에서 힐링과 건강의 에너지는 얻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산을 사랑하는 산악인 분들은 산을 오르는 것을 그냥 단순히 등산(Mountain climbing)이라고 하지 않고 입산(Mountaineering)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산을 정복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조물주의 걸작품인 품 넓은 큰 산 안에 작은 내가 들어가 자연과 동화됨을 깨닫는 과정이라는 의미입니다. 등산은 겉으로 보면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는 단순한 과정일 수 있지만, 그리고 같은 등산코스를 16년 동안 똑같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생명이 살아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똑같은 산행이 아닙니다. 심신의 수양이 되고,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그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신록의 달에 가까운 산으로 가서 대자연의 기운을 듬뿍 맛보시기를 강추드립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