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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의 시작은 비용 정리부터

Relay Essay 제2488번째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상반기에만 해도 초과세수가 50조가 더 걷혔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계획보다 더 걷힌 세금을 19조, 31조 등으로 발표하다가 결과적으로 50조가 더 걷힌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2-3조도 아니고 2-30조나 집계에 오차가 있을 만큼 더 걷힌 세금을 주체를 못했다 생각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 참 씁쓸하다.


보통 직장인의 지갑을 유리알지갑이라고 한다.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투명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회사에서 원천 징수하는 갑종근로세제에 의해 소득(급여)이 100% 노출되어서 세금을 철저히 걷어간다는 뜻으로 불려졌다. 반면에 개인사업자들의 소득신고는 허점이 많아 늘 탈세의 온상처럼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22년 현재 아니 10년도 훨씬 이전부터 개인사업자들의 지갑 역시 유리알 지갑이 되어 있다. IT강국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발전된 전산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급격히 신용카드로 전환된 금융환경의 영향이 크다. 식당은 물론 편의점의 물 한 병 사는 것도 신용카드에 의해 결제되고 현금을 결제하는 경우는 현금영수증을 챙기는 게 현실이다. 심하게는 길거리 떡볶이 노점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고 계좌이체가 가능한 것이 오늘날 경제활동의 모습이다. 모든 신용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은 국세청에 거의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계좌내역은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조회할 수 있으니 개인사업자들의 매출 역시 유리알지갑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개인사업자들의 누락 없는 매출 세금신고는 투명한 사회를 위해 환영할 일이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법인사업자에 비해 턱없이 높은 세율과 사업을 위해 지출되는 경비의 인정 부분에서의 불평등 말이다. 지금의 세율과 경비인정 정책은 개인사업자들이 어느 정도는 매출누락을 한다는 가정 하에서 세워진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모든 매출이 거의 100% 노출되는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과 경비인정의 범위를 조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어야 한다.


세수가 초과로 걷히는 것은 사실 소득세 때문이기보다는 신용카드 사용에 의해 신고되는 매출에 따른 부가가치세 때문이다. 3000만원의 매출을 1000만원으로 신고할 때 얻어지는 소득세 탈루보다 실질적으로 와 닿는 것은 바로 차액 2000만원에 따라오는 200만원의 부가가치세 누락이다. 투명한 매출에서 얻어지는 부가가치세의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오랫동안 병원세무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하면서 개인사업자들의 세금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병원은 모두 개인사업자다. 대학병원이나 삼성병원, 아산병원과 같은 재단 병원을 제외하면 매우 큰 병원들도 모두 개인사업자이고 대개는 매출 5억이 넘어 성실신고대상자다. 병원 역시 같은 개인사업자로 한 때는 탈세의 온상처럼 여겨져 왔던 시절이 있었지만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의 도입으로 현재는 매출누락은 커녕 잘못된 계산(건강보험에 의한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 계산)에 의해 실제 매출보다 높게 신고하는 경우는 있어도 누락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치과의 미백이나 피부과 성형외과의 미용으로 인한 일부 시술을 제외하면 병원은 면세라서 부가가치세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일반 개인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매출임에도 불구하고 법인전환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성실신고대상이 되는 5억기준과 소득에 따라 높아지는 세율은 병원장들을 늘 세금 노이로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전자계산서, 현금영수증, 신용카드 그리고 보험공단을 통하는 수입에 의해 투명한 매출신고를 감안해서 세금 정책이 언젠가는 변화하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할 때 개인사업자(병원장)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비용을 누락하지 않고 잘 챙기는 일이다. 사용하는 신용카드는 꼭 국세청 홈택스에 등록하는 게 좋다. 특히 추가발급 받거나 분실이나 만기에 의해 재발급 받게 되면 즉시 등록을 해야 한다. 세무사가 다 챙겨주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무사가 아무리 성실하다 해도 모든 개인사업자들을 일일이 챙길 수는 없다. 세금이라는 것이 매출에서 비용을 제외한 소득에 의해 납부하는 것이라고 할 때 매출을 건드릴 수 없다면 비용을 잘 정리하는 것 외에 더 좋은 절세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