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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 (53)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MZ세대라는 말이 유행한 지도 꽤 되었는데, 젊은 친구들을 대하는 일은 어렵기만 합니다. 만날 수밖에 없으니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아니, 알아야 하는 것인지도 궁금하긴 해요. 저희와는 너무 다르니까요. 이런 것도 윤리의 문제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익명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엔 아직 20대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이미 그 위 연배이시리라고 생각합니다. “MZ세대”라는 표현을 여러 통로로 들으셨을 텐데, M세대(1981~1996년생)와 Z세대(1997~2015년생)를 합친 표현이지요. 물론 약간 다르게 정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이를테면 1977년으로 M세대의 시작을 정의하거나 2001년부터 Z세대가 시작된다고 하는 등), 다수 언론과 통계는 이쪽으로 나누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Y세대라는 표현을 썼고 이 단어의 외연이 M세대와 같은데, X세대(1970년대생) 다음이라는 의미에서 Y였던 이 세대는 청년기를 2000년대에 보냈다는 점에서 새로이 밀레니얼이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지요. 참, 최근 태어나는 아이들(2016년생 이후)은 알파 세대라고 합니다.

 

이런 세대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압축 성장을 겪으며 세대 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 한국에선 세대론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86세대(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와 88만 원 세대(80년대생)처럼 이미 정치 영역에서 세대 구분이 큰 영향을 끼쳐 온 사례가 있지요. 지난 치의학교육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요새 치과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 관한 발표를 부탁받아서 지금 청년인 Z세대의 특징을 정리했는데, 이 지면에서도 같이 공유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발표를 준비하면서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과 『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 두 권의 책을 중심으로 다른 자료들을 같이 참조했습니다. 책 중 전자는 미국에서 여러 연구자들이 Z세대 학생들 다수를 인터뷰한 자료를 정리한 것이고, 후자는 Z세대가 직접 자기 세대에 관한 이해와 오해를 기술한 책이었어요. 이런 자료를 참조한 이유는 요새 널리 퍼져 있는 MZ세대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 자신이 M세대에 속하며 MZ세대를 기술하는 표현들에 동의하기 어려운 데다가, 제가 Z세대인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에 큰 노력이 들거든요. 모 방송이나 인터넷, 우스갯소리 등에서 등장하는 “MZ세대론”은 개인적인 경험을 성급하게 일반화시켜 집단에 대한 편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저는 해당 구분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속한 M세대는 언젠가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보도록 하고, Z세대의 특징을 살펴볼까요. 다른 무엇보다, 이들은 디지털 공간이 당연한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말할 수 있겠죠. 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입니다. 사회경제적 요인을 더해 본다면, 이들은 20세기 후반의 경제적 팽창기가 끝난 다음에 태어난 세대죠. 세계 경제의 경착륙이나 기후 위기 같은 요인들이 미래에 드리운 그림자를 상수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

 

이들의 특징을 책을 참고해 디지털 네이티브, 미립자 정체성, 진정성, 기존 질서의 환멸, 현실 살기의 다섯 개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어요. 디지털 네이티브는 이미 말씀드렸지요. 이것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Z세대의 행동적 특징은 “빨리 보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영상 강의를 1.5배속으로 보고, 드라마는 중요 장면만 넘기면서 보며, 영화는 10분 요약한 유튜브 영상으로 보는 것 말이죠. 그저 디지털 세대라 그런 것은 아니고, 정보량의 폭증과 항시성(언제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볼 수 있음)이 이들에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강박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립자 정체성은 다양한 요소로 자기를 정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처럼 치과의사로만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예컨대 저라면 의료윤리학자, 의료인문학자, 소아치과 의사, 아빠, 작가, 번역가, 치과대학 교수, 교육자 겸 상담가 등 제가 참여하고 수행하는 여러 일에서 저를 특징지을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모아서 자신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여러 요소로 규정되다 보니, Z세대에겐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잘”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특징들은 이들이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만들고, “부캐”에 열광하는 것을 잘 설명해 줍니다. 자신의 다양성과 독특성을 드러내기 위한 소셜 미디어이지만, 진정한 나는 소수에게만 공개한다는 것이죠.

 

한편, 이들은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미래의 약속이 꺾인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2000년대 이후 나타난 변화들은 20세기를 주도해 오던 질서들이 지속될 수 없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인간 간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은 Z세대가 기존 질서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하는 한편,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게 만듭니다. 이런 부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은 “라떼”겠지만, 연결해서 “갓생”이라는 신조어도 주목해 볼 만 합니다. 신(God)과 삶(生)을 더한 이 단어는 말 그대로 신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바로 연상되는 것과 같이 대단한 부자의 화려한 삶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자신이 세운 루틴을 잘 지키며 사는 것을 말합니다. 미래 대신 현실에, 남의 질서가 아닌 자기 질서에 충실한 이들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지요.

 

이런 20대를 선생님들께선 학생으로, 직원으로, 환자로, 또는 자녀로 만나고 계실 겁니다. 저와도 많이 다른 삶에 대한 이해 방식이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어려울 때가 많은데요. 이 칼럼에서 Z세대의 특징을 소개한 것은 세대의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 자체로 하나의 윤리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희는 다를 수밖에 없지요. 다음 세대가 그 이전과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면, 저는 우리의 멸망이 다가왔다고 생각할 겁니다. 달라짐은 그 자체로 미래의 약속입니다. 하지만, 안주와 편안함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상 다른 것에 눈 감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어요. 여기에서 다른 세대를 살피는 것이 윤리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그것이 그만큼 쉽지 않은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자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서로에게 유의미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때에만, “라떼”가 자학이 아니라 이전 세대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이해 불가능한 집단으로만 놓아두지 마시고, 한번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시면 어떨까요.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