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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석을 꿈꾸며

시론

나에게는 오래전 선물로 받은 몇 점의 수석이 있다. 문외한이긴 하지만 거의 30년간 한국춘란 취미생활을 하느라 주로 난실을 가꾸고 있는데 난실 구석에 그 수석을 같이 보관하고 있다. 수석에 물을 뿌리고 씻어보면 전후의 모습이 너무나도 차이가 나서 춘란들과는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느낌이다. 최근에 우연찮게 유튜브를 보다가 호피석의 특별한 예술적 작품성을 보게 되면서 수석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 애석인의 수준은 아니지만 장식장이나 거실에 있는 몇 점의 수석을 보면서 제대로 된 예쁜 돌 한 점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던 차에 온라인 카페로 알게 된 애석인의 집에 가서 순창호피석을 인도 받게 되었다. 그 호피석이 내게 안기게 될 줄 생각도 못했는데 꿈에 그리던 순창호피석과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호피석: 호피무늬 수석의 일종)

 

전남 순창 어느 강가에 가서 직접 물속에서 건져낸 돌이라던데 그 호피석을 넘겨받아 안았을 때는 그분이 건져 올렸을 때의 황홀감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과장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생일석의 기쁨과 감격을 맛보며 여느 돌보다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난을 캐러 난 자생지인 전라도나 경남지역을 수십 년 다니며 일생일란을 꿈꾸어 왔는데 느닷없이 호피석으로 일생일석을 얻은 듯하니 정말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수석의 종류도 다양하다. 화문석(꽃돌)은 작품성이 좋지만 가공의 정밀성과 크기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인 터라 접근의 한계가 있는 것 같고 마냥 들로 하천으로 탐석하러 다닌다고 마음에 드는 수석 한 점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빈손으로 오기 허전해서 갖고 온 돌들이 자꾸 쌓여만 가고 처치곤란인 잡석무더기를 가족들이 좋아할 리 만무고 나중에는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게 되었다. 그래도 수반에 놓인 산수경석에 물을 뿌리면 혼란한 심경이 가라앉기도 하고 나에게만 있는 돌과의 시간을 가지며 은근히 자부심과 남모를 쾌감도 갖게 되었다. 난에 미쳐 주말마다 난 캐러 다닌다며 채취한 난으로 분을 만들거나 난가게에 가서 사 나르기 한지 수십 년이 되었다. 헛돈 쓰며 미쳐 다니다가 이제는 돌로 같은 일을 하려 하니 제대로 돌았다고 아내가 질책을 한다. 한국춘란을 하면서 배양도 하고 귀한 난을 많이 사 모으기도 하며 돈과 정성을 쏟았다. 찌질한 난 많이 있어봤자 관리만 힘들다. 예쁘고 특색 있는 난 몇 분만 있으면 뿌듯하듯이, 돌도 잡석만 끌어모을 게 아니라 두고두고 질리지 않는 자기만의 수석 몇 점이 더 중요하다. 공간도 부족한데 거실과 마당을 온통 돌로 채우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답답하고 가슴을 짓누를 정도라고 하니 어느 정도 절제와 타협이 필요할 것 같다.

 

난과 수석... 분명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생명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지만 애지중지하는 마음과 한 번 빠지게 되면 무작정 돈을 주고 사든, 줍든, 캐든지 간에 온 집안 구석구석을 가득 메운다는 사실이다. 주말이면 자생지 산과 들 강가를 돌아다니며 자연을 즐기며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를 발산하니 좋은 취미생활이다. 난은 산으로 가지만 수석은 바다와 냇가나 하천 주위의 돌밭이나 준설공사장을 찾아 보물찾기 하듯 다녀야 한다. 특히 겨울에 물이 말라 하천바닥이 드러나거나 수심이 매우 얕아져서 수석가에겐 겨울탐석이 제 맛이란다. 좋은 난 캐고 싶고 멋진 돌 탐석하고 싶긴 하지만 운동 삼아 하는 취미가 제일 좋다. 최근에 호피석의 묘미에 젖어 유튜브에서 많이 검색하며 배운다. 남한강호피석, 무주호피석, 봉화호피석, 순창호피석 등 전국의 많은 산지에서 호피석이 발견되는데 그 중 순창호피석은 그 자체로 다양한 색, 무늬와 형상으로 많은 수석인들을 매료시킨다. 우연한 인연으로 안게 된 순창호피석 한 점을 보며 정글을 쏜살같이 내달리는 호랑이가 연상된다. 숨을 몰아쉬는 승리자의 포효소리가 들리는 듯하니 세상을 다 품은 것같이 든든하다.

 

오늘도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 후 진열대 위의 수석 몇 점에 스프레이 하면서 잡생각을 버리고 편안하게 수석에 몰두하고 있다. 돌 속의 변화되는 문양을 보며 순간 떠오르는 단어들을 생각하며 수석과 대화를 나눈다. 진열대 위에 수석들이 많이 모였다. 돌을 돈으로 보는 돌장사도 있고 돌을 예술작품으로 보는 수석인도 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見金如石)는 최영 장군의 말이 떠오른다. 욕심을 버리고 돌같이 마음을 비우란 뜻이겠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기에 혼란스럽다. 돌은 돌일 뿐이라면서도 수석의 또 다른 세상을 보는 수석인이 되기 위해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다.

 

 

순창호랑이를 안다

 

어느 날 우연히 이끌린

골목길 떡방앗간

각지서 데려온 호랑이

백호랑이 흑호랑이가 득실

용맹한 순창호랑이

매혹적인 점과 곡선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리고 호피석*과의 결연

떡 방앗간 호랑이들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

이제야 주인 만난 듯

순창호랑이 내게로 안기다

 

번뜩이는 눈빛에 기운 넘쳐나

서로서로 교감하며

무한의 힘 솟구친다

정글 속 사정없이 달리다

의기양양한 포효소리

함께 광야로 뛰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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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석: 호피무늬 수석의 일종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