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씨간장

Editor's Pic

씨간장은 말 그대로 씨가 되는 간장입니다.

간장은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변하게 되는데,

좋은 환경에서는 오래 묵힐수록 깊은 발효의 맛이 강해지고

염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겹장(혹은 덧장)이라고 하여,

씨간장에 그해 새로 만든 장을 더하여 그 양이 유지되도록 합니다.

사용되거나 수분이 날아간 만큼 햇간장을 조금씩 첨가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자기 집 간장 맛이 떨어지면 옆집에서 빌려 섞음으로써

그 맛을 지키며 대물림하는 방법입니다.

 

수백 년 동안 겹장된 항아리에는 첫 간장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양으로 따지면 거의 남아 있지 않겠지만,

그 맛과 향은 이후 첨가되는 간장의 풍미를 더 깊게 해줌으로써

감칠맛으로 영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씨간장은 단순히 처음 만들어 오래 묵힌 간장이 아닙니다.

깊고 진하며 맛있는 감칠맛을 지니기 위해,

수십에서 수백 년을 조금씩 새로운 장과 섞이면서 이어온 것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의 의미는,

처음 만든이들의 실체는 흩어지겠지만,

“당신의 정신을 계속 이어가렵니다.”라는 맹세도 담긴 것입니다.

 

기존 것을 다 허물어버리고 ‘그야말로 무’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것을 창조하겠다는 오만과 난폭함이 넘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후대를 위한다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자동응답기처럼 정의를 뱉어내면서

명예와 품위 등 가치 있는 것들을 모두 부정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깊고 진한 맛을 내면서도 그 양을 유지하는 씨간장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이란 항아리에는

이전의 가치에 나의 가치를 더하고 또 후대들의 가치를 더하면서,

달근한 향기로 가득 차오르기를 기원합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