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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표준(113) - 2023년 제59차 ISO/TC 106 총회 참관기

ISO 치과 분야 표준화 활동 대한민국 위상 높아져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3년 제59차 ISO/TC 106 총회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호주 시드니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ICC)에서 개최되었다. ISO/TC 106 Dentistry는 1962년에 설립된 치과관련 재료, 기구, 장비 및 구강관리용품에 대한 국제표준을 만드는 기술위원회이다. 한국은 연세대학교의 김경남 교수님께서 2002년 비엔나에서 개최된 ISO/TC 106 총회에 참석하신 것을 계기로 매년 참석하게 되었다. 필자는 2004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ISO/TC 106 총회부터 현재까지 매년 참석하고 있다.

 

초기에는 김경남 교수님의 주도하에 한국의 치과재료학 및 예방치과 교수님들이 자비로 참석하여 국제표준화 활동을 해오셨는데, 현재는 국내 일부 치과재료 및 기구, 장비 회사에서도 참여하고 있고, 더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 및 연구원들이 참여하여 매년 참여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대한민국 대표단의 수는 46명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참가자를 기록했으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자 수가 많았다. 비록 참가자 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ISO 치과분야 표준화활동에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 같아 자랑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도 현재 많은 한국대표단 중 12명이 프로젝트 리더가 되어 여러 국제표준들을 제안하고 표준화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7개의 작업반(WG)에서 4명이 컨비너를 맡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ISO/TC 106은 모두 8개의 소위원회(Subcommittee; SC)로 구성되는데, SC 1은 Filling and restorative materials (충전 및 수복재료), SC 2는 보철재료, SC 3는 용어, SC 4는 치과용 기구, SC 6는 치과용 장비, SC 7은 구강관리용품, SC 8은 치과용 임플란트, SC 9는 치과용 CAD/CAM 시스템이다. 각 소위원회는 다시 세부 주제에 따라 작업반(Working group, WG)으로 나누어진다. 필자는 ISO/TC 106/SC 1의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데, SC 1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업반들은 WG 2(근관 재료), WG 7(아말감), WG 10(치과용 시멘트), WG 11(접착시험방법), WG 13(교정관련 제품)들이 있고, 주로 이 작업반들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특히 ISO/TC 106/SC 1/WG 2(Endodontic materials)에서 컨비너인 Carolyn Primus 박사(미국)에게 2020년 연락하여 ISO 6876(Root canal sealing materials)의 개정시 MTA(Calcium silicate cement)를 포함시키고, 필자와 함께 Co-project leader를 맡아 진행하기로 하였다.

 

먼저 ISO 6876의 개정 작업을 위해서 시험소간 시험(Interlaboratory test, ILT) 프로토콜을 같이 개발하기로 하고, ILT의 Co-leader가 되었다. 보통 ILT에서는 1~2가지 시험을 진행하는데, 여기서는 9가지 시험을 진행하기로 하고, 시험재료도 11가지, 시험소(test house)도 11곳이나 되는 엄청난 작업이었다.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도 시간이 대단히 많이 들어갔지만, 결과보고서 작성과 각 결과들의 통계처리에도 엄청난 시간이 들어갔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8월 30일 온라인으로만 ISO/TC 106/SC 1/WG 2 회의가 열렸는데, 이 회의에서 필자는 그때까지 모인 1차 ILT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이후 2022년 중반에야 비로소 Form 4에 Co-project leader로 이름이 공식적으로 올라가서 ISO에 제출되었다. 과제의 목표는 달성하였지만, ISO 6876 표준을 발행하는 것까지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022년은 독일 베를린에서 하이브리드 미팅으로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9월 26일 ISO/TC 106/SC 1/WG 2 회의가 열렸고, 최종 ILT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MTA를 ISO 6876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는데, 2021년에 별말이 없거나 참석하지 않았던 영국, 노르웨이, 벨기에 및 독일 대표가 MTA는 별도의 표준으로 만들자며 갑자기 2021년에 결정된 사안을 뒤집는 주장을 한 것이었다. 결국 9월 29일 SC 1 plenary 회의에서 과반수 투표까지 진행하며, 2021년의 결정사항을 지켜냈다. 또한 ISO/TC 106/SC 1 Chair와 간사의 중재 하에 ISO 6876의 Project leader를 필자 단독으로 맡기로 결정되었다.

 

웬지 일이 점점 커지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Project leader는 컨비너와 상의하여 WD(working draft)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각국의 코멘트를 받아 각 코멘트에 대한 답변을 달아서 다시 ISO에 제출하는 작업을 해야했다. 그리고 2023년 시드니에서 열린 제59차 ISO/TC 106 총회 중 9월 16일 열린 SC 1/WG 2 회의에서 2023년에 임기가 끝나는 컨비너인 Carolyn의 후임으로 2024년부터 필자를 컨비너로 임명하는 안이 제시되었고, 9월 19일 열린 SC 1 plenary 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격렬한 토의를 중재하는 일은 한국말로 해도 힘든데, 영어로 ISO/TC 106/SC 1/WG 2 회의를 중재해야 하고, 진행되고 있는 3개의 표준에 대한 작업은 논문을 몇 개 쓰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는 일이라 걱정이 한가득 들기도 하지만 지금 아니면 나중에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앞으로 ISO 6876은 Committee Draft(CD),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DIS), 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FDIS)를 거쳐 최종 국제표준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ISO 표준화 활동은 혼자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각국의 대표들에게 타당성을 미리 설득시키고 자기편으로 만드는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년 참석하여 서로 안면을 트고, 가까워지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Welcome reception이나 Social event가 있는 날 관련 WG의 각국 대표들과 해당 SC의 chair 및 간사와도 원만하게 소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따로 점심이나 저녁을 먹자고 약속을 잡아 미리 의견을 조율할 수도 있다.

 

이러한 ISO/TC106 표준화 활동을 위해 정부(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현재 컨비너를 맡은 사람만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각 SC의 한국대표까지는 지원을 해주어야 안정적으로 매년 참가하여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각 교수들이 자비나 개인 연구비로 참가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또한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일본치과의사협회처럼 ISO/TC 106 표준화 활동에 지원을 확대해줄 필요가 있다. 국내회사들도 국제표준이 개발되면 그대로 국내표준이 되어 제품 개발 및 수출에 규제를 받게되므로 ISO/TC 106에 참여하여 표준개발단계부터 국내회사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담당자가 바뀌면 소용이 없고, 같은 사람이 꾸준히 참가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ISO/TC 106 참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고 헌신하신 김경남 교수님과 ISO/TC 106/SC 1/WG 2 회의에서 지지발언을 해주신 연세대학교 권재성 교수님 및 조언을 해주신 참여 교수님들, 그리고 저를 도와 ILT 수행 및 통계처리, ISO 6876 개정에 도움을 준 신성진, 심규연 연구원들, 표준화활동을 후원해주신 ㈜마루치 및 관계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