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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경영에 매우 유익 작은 실천으로 시작 가능

친환경 제품, 전자·디지털 장비로 쓰레기 최소화가 기본
환자와 직원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ESG 경영 근본” 명심


앞선 설문 결과가 말해주듯 치과 개원가는 사실상 ‘ESG 불모지’다. 인식과 실천도 낮고, 경영 철학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본지가 만난 치과의 ESG 경영 방법은 새롭거나 특별하지 않았다. 원론적이고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ESG 경영의 성패는 실천 여부에서 매듭지어졌다. 치과 원장과 직원이 생각을 바꾸고 어떻게, 얼마나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 친환경 제품 사용 등 작은 실천 큰 변화
종이컵, 화장지는 물론 진료에 쓰이는 석션팁, 거즈 등 일회용품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치과 특성상 환경보호, 친환경 등으로 정의되는 E 경영은 좀처럼 풀기 힘든 숙제로 보인다.


25년 전 아무런 연고 없는 포항에 개원해 지역 내에 인정받는 치과의사로 자리 잡은 이재윤 원장(포항 신세계치과의원)의 치과는 겉보기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치과 곳곳에 환경을 생각하는 세심함을 엿볼 수 있고, 그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우선 유니트 체어, 정수기 등에 비치된 종이컵은 외관상 일반적인 제품과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친환경 소재인 PLA로 코팅된 제품이다. 지퍼백, 체어 덮개 등도 마찬가지다. PLA 제품은 옥수수나 사탕수수 추출물이 주성분으로, 폐기 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또 데스크, 탁자 등에 올려진 각종 서류는 사탕수수로 만들어진 누런 색깔의 용지로 만들어졌다. 체어에 올려진 화장지와 티슈, 세면대에 비치된 칫솔은 모두 대나무 소재이고, 고체 치약은 수분이 용기에서 차지하는 공간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세심한 배려다.


친환경 제품이니만큼 비용이 부담되진 않을까? PLA 종이컵은 1000개 기준 일반 종이컵에 비해 4500원, 나무 재질의 크라프트 컵은 1500원가량 비싸다. 종이컵 1개당 1.5~4.5원 더 내는 셈이라 부담이 크진 않다. 사탕수수 용지는 오히려 일반 용지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이미 개원가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디지털 치과도 E 경영의 대표적 사례다. 가령 종이차트, 비닐 커버 등 버려지는 것들을 전자차트 도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또 구강스캐너, 3D프린터, 밀링머신 등을 통한 진료는 러버 인상재와 같은 의료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외부 간판의 점등 시간을 계절별로 조정하거나, 조명을 LED로 교체, 단열재 사용으로 열 손실을 방지하는 방법도 권고된다. ‘에너지온실가스 종합정보 플랫폼’ 홈페이지에서 우리 치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점검·비교하고, 향후 절감 계획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치과 경영 전문가인 강익제 원장(NY치과의원)도 ESG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최근 강 원장은 환경부 캠페인인 ‘1회용품 제로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내원 환자들에게 인근 마트에서 쓸 수 있는 장바구니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형성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집행위원장은 “일회용 석션팁은 몇 가지 종이 빨대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단 발치 후 드레싱 등 잠깐 쓰고 버리는 경우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S 경영은 그 실천 사례도 다양하다. 다만 그 근본은 사람에 대한 존중에 있다. 환자와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지역사회를 향한 관심과 애정이다.


베테랑 개원의이자 치대 졸업생을 위한 경영학 수업을 10여 년째 진행하고 있는 이정우 원장(인천시카고치과병원)의 핸드폰은 환자들의 전화번호로 가득 차  있다. 환자들과의 문자는 이 원장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산이다. 진료를 마치면 문자나 전화를 통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환자 상태에 대해 묻는다.


이정우 원장은 “환자에게 전화번호 알려주면 귀찮게 하지 않겠냐는 걱정이 있다. 그러나 극소수”라며 “오히려 나는 환자에게 서비스하는 사람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말했다.


앞서 살펴본 이재윤 원장의 치과는 매주 금요일마다 직원들의 행복한 퇴근길을 위한 게임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격, 낚시, 땅따먹기, 로또, 다트·링던지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게임 미션을 달성한 직원에게는 기프티콘, 상품권 등 소소한 행복을 선사한다.

 

이렇듯 업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구성원 간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여러 크고 작은 이벤트가 일 년 열두 달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에서 비롯한다는 경영 철학에서 기인한다. 그 밖에도 임산부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근무 규칙을 세우는가 하면, 퇴사하는 직원을 위해 선물을 주고 송별식을 여는 등 예우도 잊지 않는다.


이재윤 원장은 “특히 직원이 퇴사하면 원장님들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속상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원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지 않도록 잘 보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 치과의사회가 지역 내 공공의료기관과 공동사업을 펼치거나, 스마일 재단을 비롯한 치과계 여러 봉사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밖에 나날이 중요성이 높아지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도 S 경영의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주의 깊게 환자 개인정보 관리를 해 나갈 필요도 요구된다.

 

 

직원과 활발한 소통 건전 조직 문화 이끌어

 

스탭 아이디어 무시 땐 조직 입·귀 닫혀 “개선점 낼 수 있도록 이끌어야”
‘카리스마’로만 이끈다면 구인 등 경영도 어려워지고 MZ세대와 불통 우려


# 새 시대 리더십, 조직 문화 갖춰야
거버넌스, 즉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G 경영은 개념도 낯설고, 치과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연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강익제 원장은 치과 개원가의 G 경영을 직원과의 활발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의 건전성과 조직 문화의 개선으로 정의했다.


강 원장은 “직원이 낸 아이디어를 안 된다고만 하면 직원들은 입과 귀를 닫게 된다”며 “경직되고 수직적인 의사 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직원의 목소리에 경청해야 한다”며 조언했다.


이정우 원장에 따르면 G 경영은 치과계에 가장 진전이 덜 된 분야다. 특히 MZ세대 직원들이 요구하는 리더십과 조직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카리스마’만 가지고 이끈다면 구인을 비롯한 기존 경영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윤 원장도 직원들의 ‘개선 의견은 반드시 반영한다’는 철칙을 고수한다. 특히 회의에서 원장은 자리를 비켜줌으로써 여러 개선점 등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논의되도록 돕는다. 이후 팀별 회의, 팀장 회의, 네이버 밴드를 통한 전체 공지라는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따른다. 


매달 마지막 날 월례회에는 팀별 결산, 안건 등을 정리하며 한 달을 돌아보고, 우수 직원에게 기린 인형을 선물로 준다. “기린처럼 멀리보고 깨어있으라”는 의미다.


이재윤 원장은 “칭찬과 피드백이 중요한데 이때 원장 개인의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 창의적 발상은 격려하고, 의견이 달라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개선 사항은 적극 수용토록 해야한다. 내 경우 1년 차의 진료 개선 의견은 거의 무조건 들어준다”고 밝혔다.


그 밖에 회계의 투명성, 적절한 투자, 성실 납세 등 투명경영도 요구된다. 특히 현금영수증 미발행과 같은 회계조작은 단순히 세무조사 리스크를 넘어 치과 살림살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가로막아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장애 요인이 되기에 해서는 안 될 행위로 꼽았다.


# “치과 ESG 경영, 선택 아닌 필수”
전문가들은 ESG 경영이 이미 우리 삶에 가까이 와있는 만큼, 치과 개원가에도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될 것이고, 향후 각 치과의 가치와 브랜드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나가는 치과는 이미 모두 실천하고 있는 일들이며 이를 체계화한 것이 ESG 경영으로 정의되고 있다는 이유다.


구 영 치병협 회장은 “ESG가 대기업과 대형 병원 등에서 거창하게 도입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치과 개원가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며 “플러그 뽑기, 적정 실내온도 유지, 지역사회 의료봉사, 개인정보보호 준수 등은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실천할 수 있다. 또 개원가 내 소모임을 결성해 ESG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자발적인 동참 분위기를 확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정우 원장은 “‘미래는 이미 와 있으나 모두에게 똑같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따라하기 싫은데 하라고 하니 ESG 경영을 도입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라며 “미래에 성장하는 병의원을 만들자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기에 ESG 경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보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지속적으로 신기술 습득에 열려 있어야 하며, 시대의 변화를 빨리 인정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성원들의 이해, 관심과 더불어 작지만 꾸준한 실천이 요구된다.


김형성 위원장은 “사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는 환경 위협 기업 전환과 같은 거시적 에너지 정책이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고민하는 이유는 우리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국가와 기업에게 기후위기 해법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항상 잊지 않고,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해서 실천하는 ‘매일의 다짐’같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ESG 경영의 개원가 확산을 위한 정책적 유인책도 필요하다. 개원가 맞춤형 ESG지침 개발과 컨설팅 지원사업, 민간 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고성능 창·문, 고효율 조명) 등이 그것이다. 지자체의 ESG 지원사업을 안내받을 수 있는 창구를 치협 및 각 지부에 구성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치병협도 그 일환으로 산하에 ESG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회원 기관 뿐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ESG 경영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구 영 회장은 “ESG 경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천에 옮기는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큰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다만 진정성 있는 ESG 추진이 필요하다.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Greenwashing)도 경계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의료기관의 ESG 경영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다. 치과 개원가 ESG 확산을 위해 치협도 ESG 위원회 구성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이고, 치병협도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치과 ESG 경영 사례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