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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호 특집>평생 치과주치의 꿈, 치과 인수인계로 실현

50년 쌓은 진료기록부 등 후배 치과로 이관
선배는 페이닥터로 근무, 폐업 새 모델 제시
봉사 인연, 환자 최우선 진료철학 일치 관건
■치과의사 정년, 준비하고 계십니까? - 김건일·김상용 원장 치과 폐업·합병 스토리

 

인천 부평역 북광장으로 나와 왼편을 바라보면 서울티플란트치과의원 간판이 걸린 건물이 보인다. 이 간판 위에는 지지난해 여름부터 ‘김건일치과 서울티플란트와 함께 합니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부평시민이라면 이 플래카드의 의미를 금방 알아본다. 부평역 일대를 지나다니며 30년을 봐왔던 치과가 그냥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김건일 원장에게 직접 진료 받은 환자라면 아직도 김 원장에게 기댈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김건일 원장(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의 치과가 지난 2022년 8월부터 근처에 있던 후배 김상용 원장(인천지부 치무기획이사)이 운영하는 치과와 합병·통합됐다. 실제적으로는 김건일 원장이 자신의 치과를 폐업하며, 수십 년 간 축적해 왔던 진료기록부 등을 후배 치과로 이관하고 자신은 페이닥터 형태로 환자를 이어서 진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순 치과 폐업이나 양도양수, 인수인계와는 다른 형태의 모델을 만들어 냈다.  


올해로 80세를 맞은 김건일 원장은 “원래 65~70세 사이 은퇴를 생각했다. 그런데 진료에 대한 끈을 쉽게 놓을 수 없었던 게 50년 세월 쌓아온 환자들 때문이었다. 내가 치과 문을 닫으면 이들은 고아가 돼버리고 마는 상황이었다”며 “여러 번 페이닥터 선생님들과 합의를 하고 인수인계를 시도했었다. 그러나 진료 철학에 대한 차이 등으로 치과를 제대로 인수인계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1975년 인천성모병원 치과 과장으로 부임했던 김건일 원장은, 1994년 부평역 광장 건너편에 개원했다. 김건일치과는 부평 시민에게는 하나의 추억의 장소였다. 며칠 몇 시 김건일치과 앞, 인천 시민의 대표적 약속 장소였다.  


이런 치과를 어떻게 정리하나 고민하던 김건일 원장은 인천장애인치과진료봉사회에서 마음에 드는 후배를 만났다. 인천지부 회무와 봉사에 적극적이던 김상용 원장이었다. 


김건일 원장은 “치과 인수인계 시에는 지분 나눔 등 권리 설정에 대한 부분보다 경영철학이 맞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평소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절하게 설명하고, 오래 얘기도 들어주는 부분을 중요시 생각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이해해 주는 후배를 만나 늦게나마 치과를 마음 편히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선배는 틀니 조정, 후배는 임플란트 
실제 김건일 원장은 요즈음 자신을 찾아오는 오랜 환자들의 틀니 조정 등 간단한 관리 위주의 진료만 하고, 임플란트 같이 체력이나 세밀한 테크닉이 필요한 진료는 김상용 원장에게 넘기고 있다. 


김상용 원장은 “평소 지역에서 존경하던 분이기도 했고, 한곳에서 30년 이상 개원한 환자풀이 합쳐졌을 때 효과도 크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50년 임상경험을 지켜보다 보면 배울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김상용 원장은 선·후배 간 일정기간 동업을 통한 인수인계가 단순한 양도양수와는 다른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용 원장은 “치과는 진료에 체력을 요해 어느 시기가 오면 환자들을 제대로 진료하는 데 한계가 올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여러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는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해 단순 폐업 시 곤란을 겪는 환자들이 발생한다”며 “환자를 잘 알고 있는 분이 간단한 관리 수준의 진료를 계속해 주고, 젊은 원장이 추가 치료를 이어간다면 말 그대로 ‘100년 치과, 평생 주치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면 국민에게 진짜 도움이 되고 신뢰 받는 치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공동개원 형태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원장들 간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장님은 환자를 케어 하는 과정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자신의 환자를 잘 부탁한다’는 말 외에는 바라는 부분이 없다. 나도 환자를 보는 자체가 즐겁다. 이러한 부분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건일 원장은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 일을 하고 있어야 건강도 유지된다. 환자를 보기 위해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며 “은퇴 시기가 온 치과의사에게는 개인병원을 폐업하더라도 남은 환자들의 진료가 잘 이어질 수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다. 환자도 평생 주치의를 원한다. 선배와 후배들이 잘 소통해 환자들의 이러한 바람을 끝까지 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