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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0.72시대

스펙트럼

작년 합계 출산율이 0.72로 집계가 되면서 또 한번 저출산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23년 4분기만을 보면 0.65로 올해는 0.7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저출산율 2위인 스페인의 1.1과 비교해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소득이 오르는 국가에서 출산율이 감소되는 것은 전세계적인 트렌드이긴 합니다. 복지가 좋은 북유럽국가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핀란드도 1.2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이 조금 더 압도적인 저출산 현상을 보이는 것은 사회의 경쟁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자본주의에서 다양성과 같은 가치들을 제외하고 자본주의적으로 효율적인 가치들 위주로 받아들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보험제도에서도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에 걸렸을 때 전문의를 당일에 만나서 약을 처방받고 금방 출근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식으로 제도를 갖추었습니다. 대신에 유병률이 낮은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굳이 태생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경쟁을 좋아했다기 보다는 식민지배 이후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되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경쟁이란 가치를 최우선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BTS의 RM이 K-pop의 시스템이 왜 그리 경쟁적일 수 밖에 없었는지 스페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답변하였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예전보다 잘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국민소득이 90년대까지 만불 이하였다가 2000년대 만불이 넘고 2010년대 2만불을 넘어서 2020년대부터 3만불이 되었습니다. 소득이 늘어나면 여유를 찾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이 와중에 경쟁적인 문화는 바뀌지 않았기에 결혼과 출산이 예전처럼 더 나은 삶은 위한 선택지는 아니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져도 경쟁적인 한국의 문화는 마음 편하게 양육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남들 다 간다는 영어유치원에 가야하고, 이왕이면 좋은 영어유치원에 가기 위해서 시험을 치르고 레벨을 나눕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습지로 선행학습을 시작합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축구클럽에 가입을 하고 엄마들끼리의 사교모임에 소홀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경쟁을 위해서 가족구성원 조차도 서로를 얼마나 경쟁에서 성공하는지 평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못마땅해 합니다. 자연스럽게 집에 가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혼자 편히 쉬는 것’입니다. 슈카월드의 유튜브 ‘집에서 뭘 해야 행복하십니까?’ 콘텐츠에서 한국만 집에서 혼자 있고 싶어하고 다른 나라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서베이를 보여줍니다.

 

이런 경쟁적인 환경에서 육아와 가사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을 갖게하고 이는 지금과 같은 극심한 남녀갈등으로 표출됩니다. ‘집안일 꾸미기, 육아와 가사는 나의 자긍심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한국에서만 최저치를 기록합니다. 어떤 책에서 직장생활은 커리어로 누적되나 육아와 가사는 누적되지 않고 순간순간이 사라진다라고 하였습니다. 경쟁적인 문화에서는 이러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안타깝습니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 정부가 여러 가지 경제적으로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해야되고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부분은 경쟁적인 문화를 완화시키는 것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가치의 다양화입니다. 모두가 한 가지 가치만을 중시하면 거기서 우열을 나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이 서로 다르면 우열이 아닌 인정이 됩니다. 이를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는 나보다 훌륭한 사람을 만나면 질투를 느끼지만 속으로 ‘쟤는 내 취미는 나보다 못할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예로 듭니다. 미국의 식당을 가면 메뉴판부터 다양성이 느껴집니다. 반면 한국은 직장상사의 취향에 맞추어서 단일 메뉴로 통일시켜서 주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개개인의 취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스스로와 타인을 하나의 잣대로 비교하지 않고 다양한 가치로 긍정할 수 있을 때 가족 안에서의 관계도 더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한 가치관들이 대세가 될 때 출산율은 지금처럼 타 국가보다 압도적으로 낮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관들은 창의성으로 이어져 4만불 이상의 시대를 새로 열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