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키는 평가 항상 선행돼야
본 환자의 경우 치료 완료 이전에도 보이지 않는 치근 잔존부에 치아과민감을 간헐적으로 호소하였을 것이라는 것을 추정해 보면 의료과오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는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세의 젊은 여자 환자가 하악 좌측 중절치부에 냉 자극에 과민감을 주소로 호소하면서 내원하였다. 환자의 구강내 상태는 상하악 구치부에 치아우식증이 수개 존재하였고, 특히 하악 좌우측 제일 대구치 부위는 그 정도가 심하였으며, 환자가 과민감을 호소하는 하악 좌측 중절치는 이미 상실되어 하악 우측 중절치부터 좌측 측절치에 이르는 도재금속계속가공의치를 장착한 상태이었다. 하악 우측 측절치의 치관부에 사선으로 금이 가 있었으나 환자가 불편감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하악 우측 중절치와 좌측 측절치 도재금관의 상태는 양호하였으며 탐침으로 확인하였을 때나 찬 공기를 지대치쪽으로 불었을 때에도 과민감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파노라마 사진 참조) 환자는 8개월전 교통사고를 당하여 우측 대퇴골, 쇄골부에 골절, 족관절부에 염좌상, 안면부 다발성 열상을 당한 병력으로 약 4개월간 입원가료 병력이 있었고, 교통사고 약 일개월후 하악 우측 중절치에 근관치료후 도재금속계속가공의치 치료를 받은 치료확인서를 보여주었으며 해당 치료는 본원을 방문하기 두달전 완료되었다. 환자는 교통사고후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소송상태에 있었으며 본원을 방문한 이유도 법원에 의해 신청된 신체감정을 받기 위해서였다. 신체감정촉탁사항은 환자가 치과 치료가 완료된 이후에도 계속 불편감을 호소하므로 치아의 치료가 종결되었는지,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지에 대한 사항이었다. 환자의 구강내 방사선 촬영후에는 환자의 불편감에 대한 이유가 명확해졌다. 환자의 하악 좌측 중절치의 치근은 파절된 채로 잔존해 있었으며 그 위로 보철물이 지나가고 있었다. (구내 표준방사선 사진 참조) 이상을 종합해 보면 환자는 교통사고후 중상상태로 직후에 치과를 방문하지 못하고, 약 일개월후에 방문하게 되어, 치료 담당의는 잔존치근 상부에 치은이 덮혀있는 상태를 환자의 불확실한 병력에만 의존하여 치아가 상실된 것으로 판단하고 방사선 촬영없이 치료에 임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환자의 불편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잔존 치근의 발치가 필요하였으며, 이때 하악전치부의 불필요한 치조골 소실을 막기 위해서는 장착하고 있는 보철물의 제거가 필요하리라 생각되었다. 환자의 문제점을 파악하며 이를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이에 따라 치료를 시행한 후 문제점의 해결 여부를 다시 평가하는 과정을 우리는 문제 중심의 치과의무기록(problem-oriented dental record, PODR) 이라 부른다. 이는 치료 도중에도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경과기록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경과기록이란 당일 치료 이전에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여 기록하는 것으로 진단 초기의 판단의 정확성과 치료의 효과를 수시로 검정해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 환자의 경우 치료 완료 이전에도 보이지 않는 치근 잔존부에 치아과민감을 간헐적으로 호소하였을 것이라는 것을 추정해 보면 의료과오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는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자는 항상 원칙을 지키며 모든 환자를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또 실제적으로 힘들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평가의 포괄적 범위의 정도는 환자가 가진 문제점의 정도에 따라 평형을 이루는 것으로, 환자의 문제점이 적다면 적은 범위를 평가하여 시간 및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문제점이 많다면 충분한 범위를 평가하여 과오의 가능성을 없애는 진료자의 지식과 판단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를 외면하였을 경우 설명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고홍섭 조교수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내과진단학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