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목)

  • 구름조금동두천 21.1℃
  • 구름조금강릉 26.0℃
  • 구름많음서울 22.8℃
  • 구름많음대전 23.5℃
  • 구름조금대구 26.8℃
  • 맑음울산 22.2℃
  • 구름조금광주 24.4℃
  • 맑음부산 22.3℃
  • 구름조금고창 21.0℃
  • 구름조금제주 22.8℃
  • 구름많음강화 18.3℃
  • 구름조금보은 22.3℃
  • 구름많음금산 23.3℃
  • 구름조금강진군 21.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구름많음거제 21.5℃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 -삶- 황재국목사(안산호수중앙교회)]나그네 인생

구정명절이 예년에 비해 짧게 끝이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먼길을 다녀왔습니다. 세상의 여러민족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별나게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명절날 노래방을 다녀오신 분들이 계신다면 우리나라 대중가요중에서 고향을 주제로한 곡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고향무정’, ‘꿈에본 내고향’, ‘머나먼 고향’, ‘고향이 남쪽에 있겠지’, ‘남행열차’, ‘고향이 좋아’, ‘고향초’ 등등….


모든 병에는 약이 있지만 향수병에는 약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의 식민지 통치하에 있던 1934년도에 당시 O.K레코드사가 애향심을 고취하기 위해 조선일보와 제휴해 ‘애향가’ 가사를 공모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당선된 가사가 ‘타향살이’입니다. 얼마전 작고한 손목인씨가 곡을 쓰고 고복수라는 신인가수가 불러서 공전의 히트를 친 타향살이는 한 달만에 5만장이 팔렸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와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이 잘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과거 유대인들은 2천년 가까이 나라 없이 각국으로 떠돌아 다니다가 1948년도에 기적적으로 국가를 재건했습니다. 세계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저력은 그들의 신앙과 교육에서 길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나그네 의식’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이 땅은 영원한 세계로 건너가기 위한 다리로 여겼던 것입니다. 유대인의 지혜를 모아놓았던 ‘탈무드’에 보면 “이 세상은 다리입니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은 다리위에다 집을 짓지 않습니다. 다만 건너갈 따름입니다”라고 가르칩니다. 그들은 디아스포라(흩어진 나그네)로서 세계 각지에 살면서 주로 두 가지 장사를 많이 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보석상이요, 또 하나는 야채상입니다. 보석상은 하다가 위험하면 쉽게 챙겨갈 수 있는 사업이고 야채상은 쉽게 버리고 갈 수 있는 품목 때문이라고 합니다.


성경에서만 우리 인생을 나그네로 비유한 것은 아닙니다. 인생을 오래 살아오신 분들은 60년대 유행했던 최희준씨의 ‘하숙생’이란 노래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서양속담에 “어리석은 자는 방황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여행을 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모든 사람은 이땅을 나그네 처럼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천년이고 만년이고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분명히 아는 목적지가 있는 나그네가 있는 반면에, 또 한 부류의 사람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나그네로 산다는 것입니다.


20세기 최고의 지성 ‘장 폴 샤르트르’는 임종시에 “아! 나에겐 돌아갈 고향이 없구나”하고 탄식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돌아갈 고향이 분명히 있는 사람은 쉽게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없다면 그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실향민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선진들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는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았고 영원한 본향인 하나님나라를 목적지로 삼은 순례자의 일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귀성길에도 고속도로서 많은 시간을 정체하면서도 고향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거기에는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함께 기쁨을 나눌 친구들, 어릴적의 죽마고우(요즘은 죽치고 마주앉아 고스톱치는 우정의 친구라고 합니다.)들이 기다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험한 나그네길 인생의 순례의 여행을 마치고 나서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귀천’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