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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강박사의 보험이야기]건강보험 30주년

 2007년 올해는 한국에서 의료보험을 시작한 지 30주년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여럿 있었고, 심평원에서 ‘통계로 본 건강보험 30년’이라는 책자도 발행했다. 또한 지난 9월 5일에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 및 주관한 ‘건강보장 30주년기념 심포지엄’이 온 종일 진행되기도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 중 치과와 관련된 대목이 단 한 군데 있었는데,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치과진료에 대한 건강보험급여 범위가 30% 수준에 불과해 수많은 소비자들이 치과 진료시 높은 본인 부담금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의외로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부분이 치과와 한방이다.” “건강보험급여 우선순위에 대해 전문가 및 가입자(국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1, 2위가 예방접종과 초음파이며, 치과영역에서는 의치(3위), 치아홈메우기(8위), 불소도포(9위), 교정치료(10위), 광중합충전(12위), 치석제거(15위)로 총 18위까지 나열된 대상 중 6항목을 차지한다.” “상병별로 급여확대 순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2순위)을 제외하고는 20위 이내에 치과관련 질병군은 하나도 없다.”


앞서 언급한 세 기관이 11월 13일과 14일 양일간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개최한 ‘한국 건강보장 30주년 국제심포지엄’에는 외국에서 온 9명의 연자와 10여 명의 국내 연자가 참여했으며, 수백 명의 청중이 자리를 꽉 메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틀간에 걸친 발표에서 치과와 관련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심포지엄의 거의 마지막 순간, 패널 토론시간에 청중 가운데 한 젊은 의사가 처음으로 치과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왜 치과는 건강보험에서 급여되는 것이 별로 없는가?”를 물었다. 단상에 있던 4명의 연자가 즉각 답변을 못하고 있는 사이, 심평원 원장이 단하에서 답변에 나섰는데 역시나 “치과는 의치와 치석제거에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까닭에 보험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식상한 내용이었다. 더욱이 그 답변에 대해 “그렇다면 5천억원에 달하는 ‘식대’를 보험급여에 포함시킨 명분은 무엇인가?”를 따져 묻는 이도 없었다. 답답하고 씁쓸한 마음뿐인 필자의 머릿속에 그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으로 시행했다는 신문 기사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이후 좌장의 계속된 답변요청으로 단상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답변 하나는 ‘치과영역에서 보험급여 확대를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민들의 합의를 일으켜 수면 위로 부상시켜야 한다.’는 보건관리학자의 의례적인 말 뿐이었다. 결국 이틀에 걸쳐서 한국 보험 30년을 돌아보고, 미래의 과제를 제법 호화롭게 논하던 그 자리에서 치과는 철저히 소외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지난 11월 24일 오후 ‘대한치과의사학회’와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주최로 ‘국민 건강보험 3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한국건강보험·과거의 성찰·미래의 도전’ 이라는 주제로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강의실에서 개최돼 다소 위안이 됐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원과 연자들이 3개월 전부터 열심히 준비한 그 자리에 참석한 인원은 작은 강의실에 반도 차지 않았다. 기조 강연은 치과의사인 공단 이사장 대신 공단 상무가 대독하고, 협회장의 축사는 부회장이 대신하고, 참석 인원조차 한 눈에 쉽게 셀 수 있다 보니 2만여 동료 치과의사들의 보험에 대한 무관심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술대회를 마련한 두 학회의 김평일, 권호근 회장과 조직위원장인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학교실의 이종찬 교수, 발표자 및 참석자 여러분들께 이 지면을 통해서 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 학술대회마저 없었다면 필자는 ‘보험이야기’를 계속할 용기마저 상실하고 말았을 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