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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강박사의 보험이야기]치과의사 인성

며칠 전 어느 신문의 오피니언 난에서 ‘후회는 항상 뒤늦게 온다’는 글의 제목을 보며, 아니 그럼 후회는 당연히 뒤늦게 하는 것 이지 앞서 미리 하는 후회도 있나?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그 글의 결론은 ‘경제 살리기’라는 줄기찬 주장과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는 5년 뒤 후회가 없도록, 꿈을 가지고 국궁진력(鞠躬盡力)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해 우리 치과계도 ‘경제 살리기’와 맥을 같이 하려는지, 협회에 ‘경영정책이사’라는 직책이 신설됐으며 얼마 전에 ‘제1회 경영정책위원회 심포지엄’이 200여 명의 개원의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 심포지엄 참석자 중 10명이 다양한 소감을 밝혔는데 그 중에서 ‘보험 수가 세미나 희망’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와 일부분을 옮겨본다. “협회에서는 인성교육이 먼저 돼야지 치과경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협회차원에서 할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낮은 수가인데도 환자를 잘 볼 수 있는 보험급여 항목 진료에 대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세미나가 마련됐으면 한다.”


위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으나 보험급여에 관한 세미나를 원한다고 하니, 2004년 9월 3일자 ‘치과신문’ 창간기획 보험특집의 “경영보다 중요한 보험, 치과도 ‘이제는 보험이다’, “1년차도, 10년차도 모르는 보험청구, 우리의 관심이 출발선이다”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또 ‘인성교육이 먼저 돼야지’라는 대목에 대해서는 인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가 잘되려면 선행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즉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지식인들의 각성운동을 시작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윤리회복운동(Reformation of Manners)이 일어났으며 이어서 노예해방법이 선포됐고, 빅토리아시대라는 황금기를 열었으며 당시 영국 상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정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역시 청교도 윤리가 사업가로 하여금 근면하고 정직하며 절제 있게 해, 개인의 향락과 사치를 위해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해 20세기 초반 미국은 자본주의를 신봉하면서도 금욕적인 기업가들 덕분에 경제대국을 이루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치과영역에서, 경영관련 강의나 글에 ‘매출’ 이라는 용어가 스스럼없이 사용되며, 강의 제목 중 하나는 ‘매출 80%를 올리는 인재경영’이었다. ‘매출’의 사전적 설명은 ‘물건을 내놓아 팖’이다. ‘치과들 사이에 상도의가 무너졌다’라는 전문지 기사의 표현에서 ‘상도의’가 상품을 사고팔아 이익을 얻는 영업상의 도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때 치과의사는 당연히 ‘장사꾼’이 되고 만다. 연수교육에 대한 인기도와 관련한 기사의 제목 중에 교육 행위를 ‘장사’로 표현한 것도 기억난다.


서울 어느 동네의 치과 몇 곳은 유독 근관치료 청구가 많아서 진료기록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확인한 바 치주질환이 제법 진행된 치아는 치수에 병변이 없어도 우식이 없어도 발수를 하며, 많은 경우엔 크라운으로 연결했다. 이 중 한 곳에 소위 ‘계도’차원으로 현지 방문을 간 일이 있었다. 젊은 원장이 자랑스럽게 보여준 파노라마 방사선 사진 한 장은 몇 해가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결손된 제일 대구치 하나 외 27개 모든 치아가 근관치료를 한 상태였으며, 27개의 금관과 한 개의 가공치로 치아들이 연결돼 있었다. 더불어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대로 먹을 수 있도록 대기실에 비치된 아이스크림 상자도 생각난다.


후회 없는 아니 후회 않는 치과의사로 남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인성부터 챙기고 볼 일이다. 영리가 최우선인 기업인들도 챙기는 덕목이고 보니 우리는 더더욱 챙겨야 마땅하지 아니한가? 불현듯 ‘눈앞의 이익을 쫓다가 멍든 사회’라는 글귀가 새삼스러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