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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요한나 수녀] 가만히 있을 줄 알기

종|교|칼|럼|삶

  

김수영 요한나 수녀
가만히 있을 줄 알기

  

아시안 게임에서 박태환 선수가 참으로 신나게 수영을 잘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것도 눈에 보였고 예전에도 잘했던 모습이 슬럼프를 지나서 더 잘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듯해서 보는 사람들도 즐겁고 좋았습니다. 운동하면서 힘든 순간을 지나 수영이 즐거워 즐기면서 하는 모습 같아 나타난 결과에 다들 더욱 만족한 듯합니다. 이렇게 우리 국민들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시원하고 통쾌한 모습을 보여 주어 기뻤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할 때는 순서가 있습니다. 만약 수영을 하고자 한다면 먼저 물에 들어가야 합니다. 물에 들어간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물에서 뜰 줄을 알아야 하겠지요. 물에 빠질까 걱정, 귀에 물이 들어갈 까봐 걱정 등등 온갖 걱정은 다 내려놓고 힘을 빼야 물에 뜹니다. 물에 빠진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몸에 힘을 주고 물을 차니까 빠져 죽게 되지요. 어디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물에 떠 있기만 해도 첫 연습은 됩니다. 이렇게 물과 친해지고 물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게 되면 어디를 갈 시도를 해 보면 됩니다. 자유형도 배영도 원하는 것을 배워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스피드를 내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고들 많이 이야기 듣습니다. 우스개 소리지만, 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드러내는 여러가지 행동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타자마자 닫힘 버튼 누르기, 엘리베이터 문 열리기 전에 벌써 손으로 열 준비를 하기, 종이컵이 내려오기도 전에 커피자판기에 손넣고 기다리기, 그러다가 가끔 튀는 커피에 손을 데기, 불판에 올린 삼겹살이 익기도 전에 찍어 누르기, 기다리던 버스가 오면 도로로 내려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종종 버스와 추격전을 하는 일, 문 열리기도 전에 버스 문에 손을 대고 있는 일, 아이스크림은 베어 먹어야지 핥아먹다간 벌떡증 걸린다면서 한입에 왕창 먹다가 순간적인 두통에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 할  때도 있다고도 하고 외국인들은 레스토랑에 가면 오늘의 요리는 폭찹. 폭찹의 기원은 블라블라블라인데 이 레스토랑은 요리사가 무엇을 전문으로 하고 등등의 기분이 좋아져 식욕을 돋구는 이야기를 하는데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안 나와? 돼지를 키워서 만들어오나, 드럽게 안나오네!’ 한다는 등등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읽고는 저 자신의 모습도 많이 보고 해서 막 웃었지만 우리가 참 여유 없이 살기는 하는구나 하고 반성도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저 자신을 봐도, 주위를 쳐다봐도 성격 급한 사람이 많은 편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기 전에 처음 물 속에 들어간 것처럼 우선 가만히 있을 줄을 안다면, 급하게 파닥거리기보다 먼저 가만히 있을 줄 알아 주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그러면서 주변 사물과 사건들을 관찰하고 그 속에 휘말려 있으면서도 멀리서 보는 것처럼, 미래에 다시 되돌아보는 것처럼 평가해 보고자 할 줄 안다면 그 상황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왕 일어난 사건에 감정적으로 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품위 있게, 또 다른 이들을 존중하면서 해결할까를 생각하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우연히, 아니 필연히 지구라는 아름다운 동네에 떨어져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한 해의 마무리에 와서 감사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돌아보고 사랑의 눈으로 모든 것을 쳐다봐야  할 것입니다. 내 마음을 가라앉혀 고요한 호수처럼 주위의 모습을 비추고 주위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게 되면 사는 것이 행복할 것입니다. 자연을 보면 아름답게 활짝 피었다가 가는 모습을 봅니다. 특히 나무나 꽃들은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환하게 드러내었다가 미련 없이 저 땅에 떨어져 자기 자신을 흙으로 되돌립니다. 나도 언제가는 저 대열에 합류할 것입니다. 지금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고 남들을 행복하게 하면서 살아 마지막 때에 후회 없이 살았노라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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