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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tex 2012’ 되돌아보기(3)

‘Dentex 2012’ 되돌아보기(3)


연재순서
(1) 박람회 기획
(2) 부스 기획
(3) 내년을 위한 피드백


<2108호에 이어 계속>


제3화. 박람회가 끝난 후


옛말에 ‘가끔씩 박람회에 나가서 모두에게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2012 치과개원및경영정보박람회!” 그것은 전시업체들에게는 전쟁터였고, 연자들과 참관객에게는 강연장이였으며, 필자에게는 축제였습니다.


박람회장을 폐막하고 전시장과 강연장 철거가 끝나는 순간 내년을 생각해야 합니다. 늘 진화하는 참관객들은 함부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항상 컴플레인을 남겨 주십니다. 수입과 지출을 확정하고 성과를 분석해야 합니다.


디테일한 참관객 분석은 필수과정입니다. 직업, 지역, 루트를 분석해 내년 마케팅 전략 및 초청장 발송 대상 리스트를 업데이트 합니다. 그리고 설문 조사를 분석합니다. 강연에 대한 설문 결과는 강연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해 주며 전시업체들로 받은 설문 결과는 다음 박람회를 위해 요긴하게 쓰입니다.


최근 몇몇 학회들은 학회전용 어플을 제작해 전시장, 강연장 정보부터 오시는 길, 모바일 출입증 등등 참관객과 전시업체들의 만족도를 높이기도 하며 몇몇 학회들은 이름 앞에 ‘국제’라고 붙인 말이 오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강연장은 두 개의 Track이었으며 A Track은 필자가 직접 Modulator를 했습니다. 박람회 2달 전부터 다른 강연장을 다니며 좌장분들의 멘트를 받아 적어 ‘연자분께 귀한 시간 내어 주셔서 너무 감사 드리고, 짧은 시간 밖에 못 드려서 죄송하오며, 정말 좋은 말씀 주실 것으로 기대됩니다’ 등등을 연습하고 각 강연 마다 미리 질문들을 작성해 갔습니다만 강연장 좌장 자리는 결혼식장 사회 보다 백만배 어려웠습니다. 좌장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미리 준비해 간 질문을 미리 준비 안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던지려면 연륜과 지식과 배짱 그리고 ‘말솜씨’가 필요한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필자 생애 최초의 부스 운영은 마치 부스 일일 체험 또는 역할극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장 바닥에서 군고구마 장사하는 것 보다 조금 복잡할 것이라 생각하고 덤볐으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무(모)한 도전 이었습니다.

  

착한치과 부스 대소동


‘착한치과’ 부스의 목표는 제품 판매나 사용자 확보가 아닌 단순히 인지도 상승이었습니다. 즉 무조건 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에 따라 리플렛은 다음과 같이 기괴했으며 부스 팀원들 복장은 핑크 환자복과 러닝맨 날개 이름표였으며 내부 인테리어는 트릭아트처럼 꾸며 참관객과 함께 사진 찍고 즐길 수 있게 꾸몄습니다. 우리는 왼손에는 제주산 귤 바구니를 들고 오른손으로 귤과 리플렛을 나눠주며 신이 나서 참관객들에게 착한치과를 설명했지만 그들의 반응은 신이 나지 않았습니다. 1000여명의 입장객 중에 부스를 찾은 분들은 약 200분이었고 박람회가 끝난 1주일 후에 착한치과 개발자는 나에게 전화해 ‘선생님 착한치과 가입 의사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려주었다고 여기 적고 싶었으나 1달이 지나도록 착한치과 가입 의사 수는 11명 밖에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한 번 부스를 시작하면 다음 해에도 계속해야 한다지만 차마 내년 참가 신청서는 못쓰고 있습니다. 아무튼 전시회가 끝난 후엔 부스에서 제작된 모든 상담 카드를 취합해 고객 리스트를 업데이트 한 뒤 이메일, 전화, 직접 방문과 같은 적절한 조치를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질문들과 요구사항들(enquiry)을 사업에 반영해야 하며 방문해 주신 VIP, 기타 인사들에게는 감사 편지를 발송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객 Follow-up결과를 다시 평가하고 팀원들과 미팅을 해 다음 해 전시회 프로그램 개선 방법을 토론합니다.


착한치과 부스 건너편에는 신흥과 오스템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부스는 부스라기 보다는 한채의 ‘집’ 이었습니다. 솔직히 부러웠으며 언제쯤 부럽지 않게 될 날이 오기는 할지 궁금했습니다. 그들의 부스는 참관객 보다 직원들의 수가 훨씬 많았는데 이것도 알고 보니 전략이었습니다. 직원들을 산더미처럼 배치해 놓아 지나가던 참관객들이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제품들을 구경하게 하는 것 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작전은 ‘독채’에서나 가능한 전략이었으며 월세 신세인 ‘원룸’에서는 불가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윤리적인 분들을 고발하려 합니다. SIDEX나 개원박람회나 코엑스에서 하는 큰 행사들을 가 보면 유난히 노인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나이 많으신 치과의사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의 정체는 코엑스 노인 수거단의 조직원이었습니다. 이 분들은 입장권을 똑 같이 만들어 등록처에 와서 환불을 요구하기도 하며 박람회 내부를 돌며 물건을 훔치거나 리플렛과 사은품들을 모조리 수거해 폐품으로 돈을 벌거나 코엑스 앞에서 팔기도 했습니다. 박람회장은 그들에게는 또한 사냥터였습니다.


다음달에는 세계 최대의 치과 박람회인 IDS (International Dental Show)가 2년 마다 독일 퀼른에서 개최됩니다. 필자는 2년 전 처음 방문해 그 규모에 압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대략 SIDEX 10배 규모였으며 모두 돌아 보는데 5일은 꼬박 걸렸습니다. 특히 국내 제조업체들의 선전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치과진료실에서 환자 구강내에 한정돼 있던 시야를 거대한 치과 산업 분야로 넓혀준 계기였으며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40대 중반의 호주에서 온 여자 치과의사였습니다. 그 넓은 전시장에서 2m x 2m 자투리 부스를 차지하고 핸드피스 부착용 근관장측정기를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가내수공업으로 뚝딱뚝딱 만든 조잡한 제품이었으나 그 분은 자신감, 당당함으로 무장해 폭풍 드립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2013년 3월 퀼른에서 다시 조우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조성민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 학술이사
·일러스트레이터/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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