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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직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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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직원 사이


소설이나 유행가 제목 중에 ‘냉정과 열정사이’, ‘사랑과 우정사이’ 같은 제목이 종종 눈에 띈다. 드라마에서도 한 사람이 두 연인 사이에서 사랑의 갈등을 하는 삼각관계의 구도가 많이 소재가 된다. 또 자기 부인과 어머니(부인의 입장에서 시어머니) 사이에서 고뇌하는 남자의 이야기만큼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 소재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소중한 두 존재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선택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치과의사가 되어서 오랫동안 치과를 운영하는 동안에 너무나도 소중한 두 존재와의 삼각관계 속에서 살아오면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너무나도 많이 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환자와 직원사이에서의 고민이다.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면 직원들이 힘들고, 직원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직원들을 편하게 해주다보면 꼭 진료과정에서 준비가 덜 되거나 응대 미숙으로 큰 컴플레인이 발생한다. 그래서 치과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어져야 할 대상이 환자와 직원들 중 어느 쪽으로 선택해야하는 것에 대한 고뇌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운영의 한 예는 미국의 한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다. 이 작은 매장은 진열 상품의 수는 600여 종으로 일반 슈퍼마켓의 15%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연간 350만명의 고객이 최고 30km 떨어진 곳에서까지 이곳을 찾아온다고 한다. 이 가게를 유명하게 한 것은 슈퍼마켓 앞에 놓여있는 큰 돌에 새겨진 글귀이며, 철저하게 이 원칙대로 운영된다. “규칙 1. 우리의 고객은 항상 옳다. 규칙 2. 만일 고객이 옳지 않다 라고 생각이든다면 규칙 1을 다시 한 번 읽어보라.”


반면에 수년 전에 개봉했던 ‘핸드폰’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서비스의 상징인 어느 마트의 서비스 매니저로 늘 매장에서 벌어지는 고객항의를 처리하느라 온갖 욕설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늘 욕설을 듣는 그는 항상 친절한 미소로 고객을 대하면서 고객 컴플레인을 해결한다. 그러나 매장에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사람이지만, 자기에게 온갖 모욕을 준 악마같은 나쁜 고객을 밖으로 쫓아가서 사람들 몰래 처절한 복수를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면에 싸여가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고객이 항상 최우선이다, 환자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한다’라는 지나치게 확고한 신념은 병원 직원들을 괴롭힐 수 있다. 매일 내원하는 환자들과 자연스러운 진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지난 내원 시에 나눴던 대화내용, 진료내용의 사전 파악, 당일 진료의 만반의 준비를 위한 진료실 환경 및 재료, 장비의 사전점검 등의 일들이 당연히 상식적으로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원장들은 쉽게 생각하지만 직원들은 그 준비를 위해서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


환자는 병원에 내원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기쁨이 충만해서 흐뭇하게 귀가하고, 또 그러한 과정을 만들어내는 직원들도 행복에 넘쳐나면서 일을 해나가는, 그러한 이상적인 병원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오늘도 환자와 직원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 승 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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