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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에서 온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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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에서 온 환자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널리 읽히는 책 중에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있다. 원래 남자와 여자는 태생이 달라서,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이라는 별에서 왔으며, 그래서 서로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감정 표현하는 어휘도 다르기 때문에 많은 갈등과 대립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나 또한 인상적으로 읽은 바 있다.


그 책을 읽은 후에 문득, 남자와 여자만 서로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니라 치과병원의 의료진과 환자도 서로 다른 별나라에서 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과의료진은 토성쯤에서 온 것이고, 환자는 목성에서 온 것이 아닐까? 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개원해서 진료를 한 일수가 늘어날수록 치과의료진과 환자(보호자)가 사용하는 단어가 다르고, 항상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사건(?)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실제로 병원에서 일어났던 일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아이들의 구치부 인접면에 우식증 여부를 교익촬영으로 검사할 때에, 초기 인접면 우식증이 발견되면 무조건 치료하지는 않고, 우식증의 존재를 알려주고, 구강관리방법(특히 치실사용법을 강조하면서)을 교육하고 우식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치료해야할지 모르니 정기검진을 잘 오도록 보호자에게 설명드린다. 이 아이도 그런 경우였는데, 정기검진 시기가 된 즈음에 마침 학교에서 구강검진표 작성을 해오라는 지시를 받고 그 표에 있는 치과 중에 한 곳에 가서 검진을 잘 받은 후에 방사선 사진까지 찍어본 모양이었다. 그 치과 선생님께서 조금은 강조해서 상황을 설명하였는지 보호자께서 우리병원으로 전화를 걸어서 “그 병원 원장은 눈 뜬 장님이냐, 불과 몇 개월 전에 가서 방사선 사진까지 다 찍어 보았는데 도대체 무슨 검사를 한 것이냐,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하다니, 당장 그 병원에 가서 엎어버리겠다…”라고 이전에 우리가 드렸던 설명은 전혀 기억못하시고 퍼부으신 전화 내용을 전달을 받았을 때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목성에서 온 환자, 토성에서 온 의료진’라는 생각이었다.


필자 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선생님들도 병원에서 위와 비슷한 일들을 많이 봐왔고, 겪고 있고, 또 앞으로 계속 체험하리라고 예상된다. 그럴 때에 그 환자(보호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물론 표현이 다소 과격하긴 하지만),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이해하는 아량이 필요할 것 같다. 그 분은 ‘목성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토성의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가 했던 설명을 전혀 다르게 이해를 한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환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언어를 사용하며 또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기를 좋아하는가 하는 것을 모르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분들에게 우리는 외계인과 다름없이 낯선 존재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목성의 언어사전’을 준비하고, 펼치고, 그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먼저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언어로 표현해보며, 시각적인 도구등를 사용해보자. 우리가 먼저 진정성을 가지고 여러 가지 노력으로 상호 원할한 소통을 시도한다면 점점 서로의 언어의 장벽은 얇아지고, 허물어져서 앞에서 소개했던 나 같은 우울한 경험을 하는 분들은 앞으로 없어지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며 미소지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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