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수)

  • 맑음동두천 12.1℃
  • 맑음강릉 22.3℃
  • 맑음서울 15.7℃
  • 맑음대전 13.7℃
  • 맑음대구 17.4℃
  • 맑음울산 14.6℃
  • 맑음광주 15.3℃
  • 맑음부산 17.1℃
  • 맑음고창 10.5℃
  • 맑음제주 15.7℃
  • 맑음강화 10.9℃
  • 맑음보은 11.8℃
  • 맑음금산 10.7℃
  • 맑음강진군 11.1℃
  • 맑음경주시 13.6℃
  • 맑음거제 14.2℃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9월 김동석 원장 이달의 추천도서

9월 김동석 원장 이달의 추천도서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저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란 이름은 ‘늘이는 자’란 뜻입니다. 그는 자신의 땅을 지나는 자들을 잡아 쇠침대에 눕히고 그 몸이 침대보다 짧으면 몸을 늘여 침대 길이에 맞추고 길면 그만큼 잘라버렸습니다.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자기의 생각을 미리 정해두고 남의 생각이나 말을 자신에게 맞도록 뜯어 고치려고 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가리킵니다.


책을 읽는 우리의 태도도 프로크루테스적인 면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에는 밑줄을 치면서 기억하려고 하지만 자신과 다른 생각은 흘려보내려고 합니다. 새로운 내용을 흡수해야하는 책읽기의 목적과 상반되는 태도를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내용의 책은 힘들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흘려서 읽지 않는다면 새롭게 차오르는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달은 프로크루테스적인 태도를 버리고 책을 읽어 봅시다. 책읽기 좋은 계절이 왔습니다.


 

아프리카인들이
겪어온 고통과 편견 등
아프리카에 대한 모든 것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시공사, 2012


지난 8월 아프리카 세네갈로 의료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아프리카에 발을 딛는 것이 처음이라서 관련된 책을 하나 읽어보자는 생각에 읽게 되었습니다. 책 한권에 아프리카에 대해서 이보다 잘 요약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짜인 책입니다.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왜 이리도 모를까요? 왜냐면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사가 거의 없어서 배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세계사 점수가 높았어도 사실 세계사의 절반만 알고 있던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검은 대륙, 가난, 질병, 전쟁, 핏빛…. 아프리카 반대편에 사는 무심한 사람들은 대부분 흑인이 사는 아프리카는 그저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아프리카를 맞게 알고 있는 것일까요?


일단 아프리카 대륙은 그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미국ㆍ중국ㆍ유럽ㆍ인도ㆍ아르헨티나를 합친 것보다 더 크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메르카토르 세계지도는 남반구에 있는 아프리카 대륙을 실제보다 훨씬 축소시켜 보여줍니다. 우리의 시각은 자연의 신비에 대한 경이로움 혹은 전쟁과 빈곤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감정적 차원에 머무르는가 하면 자원의 보고,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처럼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거기에 인종적 편견에 경제 논리가 더해져, ‘만들어진 아프리카’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 책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이 겪어온 고통과 모순에 관한 것입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에게 고통을 주었으며, 왜 아직도 아프리카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또 미래는 어떻게 변해갈 것이며, 거기에는 어떤 도전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된 관심입니다. 이 책은 여러분이 지금 아프리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줄 것입니다.


 

인생에 치유가 필요하다면
글을 한번 써보세요
일기를 써보세요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 책읽는 수요일, 2013

  

글을 써서 자신의 책을 하나쯤 내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입니다. ‘글을 쓰면 행복해진다’ 소설가이자 미국 UCLA 문예창작 강사 바바라 애버크롬비가 ‘신앙’처럼 여기는 말입니다. 그의 삶이 증거입니다.

  

그는 회고록을 집필하면서 유방암의 고통과 슬픔을 극복했고, 20여 년 글을 쓰면서 삶의 좌절과 불안을 잠재우고 용기와 영감을 북돋았습니다. 그는 머릿속이나 가슴속에서 울려대는 소리를 써내려갔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는 자취를 감춰버리기 때문입니다. 식탁에서도 아이 젖을 먹이면서도 글을 쓴 저자의 14번째 책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은 그 기록을 수록했습니다. 글쓰기 의미와 방법이 깨알처럼 담겨 있습니다. 365개에 이르는 짧은 이야기들은 소설이든 회고록이든 에세이든 어떤 글에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글이 쓰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기를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시 일기를 쓰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글을 쓰는 일은 스트립쇼에 버금갈 만큼 아주 개인적인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기억, 상상, 환상을 써 놓은 일기장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당신의 발가벗은 글이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공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선수가 시합이 아닌 때에도 늘 연습을 하듯 글쓰기도 그러해야 합니다. 당신의 인생에 치유가 필요하다면 글을 한번 써보세요. 일기를 다시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 땅인 DMZ
그곳에서의 사이버 테러와
정보 보안 중요성 실감나게 엮어

『DMZ』 글과 생각, 2013


정전 60주년인 올해에 관련된 책 하나 읽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읽게 된 소설책. 필력을 인정받아 소설의 영화화도 결정된바 있는 전작 ‘스테가노그레피’에 이은 김주원님의 신작 ‘DMZ’는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DMZ를 대성동 마을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 전투 군인들이 상대방을 향해 수백만발의 포탄을 장착해 놓고 명령만 하면 바로 쏠 기세를 하고 있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작은 땅 덩어리를 개간하여 60년 넘는 세월동안 평화롭게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의 전문 분야인 사이버 테러의 현실적 위험과 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예리하고 실감나게 엮어 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첩보 영화를 보는 듯 한 재미도 선사하고 있습니다. DMZ는 우리 땅임에도 불구하고 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또 어쩜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 땅인 DMZ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아흔 훌쩍 넘긴 평론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자연스레 일깨워


『작가의 얼굴』 문학동네, 2013

 

저는 문학평론가의 책을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뭐랄까 글이 딱딱하고 진부하고 너무 날이 섰다고 할까요? 읽으면서 불편한 마음이 많이 들더군요. 이 책도 비평가의 글이라고 해서 지나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표지 디자인에 너무도 끌리고 또 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잘은 모르지만 유명하다는 작가들의 초상화가 너무 재미있고 멋있어서 선뜻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문학평론가 같지 않은 쉬운 표현과 문체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흔이 넘은 저자인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독일인 98% 이상이 그 이름을 알고 있다는 스타 문학평론가이며 독일에선 ‘문학의 교황’이라는 호칭도 그에게 따라다닌다고 합니다. 문학에 대한 다양한 입문서가 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그만큼 넘치고 있습니다. 아흔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평론가의 이 책의 여러 미덕 가운데 하나는 바로, 고전이 가진 시대를 초월하는 힘과 아름다움을 차분하고 재미있게 역설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삶에서 왜 문학이 유의미한지, 그리고 왜 거장들의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를 조금의 억지나 강요도 없이 자연스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