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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내 안에 있다

종교칼럼

내가 불교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10년 전만 해도 ‘불교’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인도불교나 중국불교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달라이라마로 대표되는 ‘티베트불교’가 기존의 불교국가와 대등한 위치에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티베트불교가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불교’라고 해야 옳겠다. 미국불교는 21세기 불교사의 큰 이변으로 간주될 만큼 현재 미국사회에서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심리 및 정신적 치유와 함께 현대인의 중요한 정신적 가르침으로 그들 속에 고요히 스며들고 있다.


언젠가 일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오사카 공항에서 커다란 배낭을 등에 진 웬 서양인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영어가 젬병인 나는 손짓과 표정을 동반한 바디랭귀지(Body Language)와 필담(筆談)을 주고받으며 그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정신적인 치유를 위해 동양, 그 중에서도 일본을 찾아와 남쪽부터 북쪽까지 보름 동안 돌아다녔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자신이 찾고 있는 가르침을 발견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허탈하게 공항에 왔다고 한다. 그런데 수행자로 보이는 여성출가자가 눈앞에 앉아 있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진리를 묻고 싶었다는 것이다.


‘진리라? 허 참.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내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을 무렵, 뒤쪽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슬그머니 옆에 와 함께 듣고 싶다고 했다. 때 아닌 설법을 공항에서 하게 될 줄이야 실로 당황스러웠다. 어쨌건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를 짧은 영어로 표현해야 하니 나로선 유치원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수준으로 가르침을 이어갈 밖에.


나는 먼저 종이를 꺼내 그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리키며 그림의 어느 부분을 두고 당신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했다. “얼굴이냐, 팔이냐, 다리냐, 머리냐, 가슴이냐? 무엇이 당신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는 잠시 말을 못하고 망설이다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설마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 하는 의심에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그러고도 역시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때는 이때다. 그 틈을 타서 나는 잽싸게 “여기에 당신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당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물었다. 그는 매우 심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먼 동양까지 와서 진리를 찾을 게 아니라, 당신 속에서 진리를 찾는 게 더 빠르고 중요한 일이다.” 라고 말해주었다. 


갑자기 그의 얼굴이 꽃처럼 환해졌다. 천진한 얼굴로 나를 한참 쳐다보며 멋지다는 말을 연발했다. 쑥스러웠지만, 나는 꼭 자기를 찾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때 스피커에서 미국행 비행기가 곧 출발할 예정이니 승객들은 모두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는 일어서며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를 하고, 나를 만나 여행 온 보람이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그렇다. 모든 해답은 내 안에 있다. 우리는 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해답을 밖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열쇠는 내 안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라고 할 것 없는 자기 자신에게서 오히려 가르침을 찾아라. 헛되이 다른 사람에게 집착하면서 괴로워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