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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과 틀림

스펙트럼

여러 책이나 교양강좌에서 심심치 않게 다루어지는 개념이 다름(different)과 틀림(wrong)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나를 포함해서) 유난히 “틀리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혹시 다른 나라들도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우리의 한글 ‘틀리다’라는 단어에는 ‘다르다’의 뜻도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의미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너와 나는 다른 것이고, 이것과 저것은 다르다는 의미를 표현함에 있어서 “너와 나는 틀리다.” “이것과 저것은 틀린 문제다.”라는 식으로 많이 쓴다. 이러다 보니 그것을 잘못된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인터넷에서 이 두 단어의 의미 차이를 검색해보면 관련된 수십 가지의 글들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 내용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소개되어지고 있다. 학계에서, 종교계에서, 정치권에서… 그런 글들을 읽어보면 이론적으로는 그 두 가지 개념의 차이를 머리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의 삶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아주 사소한 이유로 너무나도 쉽게 서로를 이해 못해서 싸우고 헐뜯고 외면하게 된다. 심지어는 나라간의 전쟁의 원인도 된다고 하니 정말 무서운 이야기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하루의 일과를 지내다보면 치과의사와 치과의사 사이, 치과의사와 직원 사이, 의료진과 환자 사이, 그 외 매우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순간순간 미세한 생각과 입장의 차이로 갈등을 겪는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이 무슨 큰 의료과실의 문제가 있거나 사건이 실제로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나와 다른 의견이나 시각, 즉 틀린 것이 아닌, 단순히 나와 다른 방향의 말이나 행동을 보았을 때 그것을 무심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온 습관에 의한 것이 대부분인 것 또한 보게 된다.


예를 들면 환자는 전문적인 치과교육을 받은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설명 드린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으며, 또 금방 잊어버리고 다른 이야기를 하기가 일쑤이다. 그래서 안 좋은 상태에서 치료를 한 후에 증상이 더 나빠지는 경우에는 치과의료진의 진료자체의 과실을 의심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의료진은 그러한 환자의 반응에 화가 나고 심지어는 서로 언성이 높아지는 상황까지 생기게 된다.


또 우리 치과원장들의 시각에서는 직원들의 이해 안가는 행동을 보았을 때 바로 잘못된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말이다. 결국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면 인간관계의 갈등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확인해보면 ‘다름’과 ‘틀림’의 개념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틀림은 옳은 것을 찾아갈 수 있게 알려주고 고쳐주면 되지만 다름은 이해와 관용, 소통과 화합이 필요하다. 이 다름과 틀림에 대한 분별을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자그마한 병원 안에서의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니 어쩌면 우리들은 이 둘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분하기 싫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것이 더 쉽고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소위 complaint 환자가 하는 말과 행동이 틀린(잘못된)것이 아님을 무의식 속에서는 알면서도 직원들과 함께 그 환자를 단순히 사이코 취급을 해버리고 다신 내원하지 말라고 하면 그만인 것처럼 말이다. 더 이상 우리들이 그 상황에 대해서 반성하고 노력해야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런 환자에 의해서 우리의 기득권이 더 이상 침해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우리들 입장에서의 당연한 권리를 흔드는 다른 요소를 철저히 배격한다. 결국 ‘다름’을 ‘틀림’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려면, 남을 이해하고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기본을 더 강하게 하는 것,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성품을 키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 우리 의료인의 자세가 아닐까? 나이가 먹어가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다름을 인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틀림을 용서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만큼 생각이 자기중심적이 되고 고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연하지 못하고 너무 단단하면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리거나 깨져버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겠다.


우리가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인정할 때 비로소 환자들의 미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들은 현재의 척박한 의료환경에서도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제 구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소망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