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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프레임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월요시론

세상을 보는 틀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정물이나 풍경을 화폭에 담기 전 화가는 먼저 엄지와 검지로 자기만의 프레임을 이리저리 만든다. 같은 대상이라도 화가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것은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부 프랑스 아를에서 함께 지내던 시절 고호와 고갱이 그린 의자 그림은 프레임에 따라 그림이 얼마나 상반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고갱을 붙들어두려는 고호와 지긋지긋한 아를을 벗어나려는 고갱의 서로 다른 속마음만큼이나 같은 의자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극명하게 달랐던 것이다. 프레임은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이다. 세상을 대하는 관점, 인간에 대한 인식,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프레임이 제각각인 마음의 창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과 행동과정을 다루는 심리학은 최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의 고통이나 슬픔, 분노 등을 약물이나 상담을 통해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주된 관심이었다. 그러나 1996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셀리그만 교수는 심리학이 인간의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돕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프레임의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을 제안하였다. 인간의 긍정적이고 창조적이며 자기실현적인 모습을 이해하고 이를 증진하기 위한 이론과 방법을 적용한 결과 기업은 물론 군대, 학교 같은 조직에서 놀라운 성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임직원 간에 긍정적 대화가 많은 기업은 성장하였고, 생각이 긍정적인 학생일수록 더 창의적인 결과물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긍정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미래를 전망할 때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긍정심리학은 훌륭하게 입증해주고 있다.

필자가 태어났을 무렵인 60년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80불이 되지 않았다하니, 그 이전의 형편이야 오죽하였을까? 끼니 걱정에 지친 어른들은 절망과 자학에 긴 한숨을 내쉬었고, 젊은이들조차도 담배연기 자욱한 다방에서 염세와 허무를 이야기하고,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 한편에는 교실과 일터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묵묵히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임자, 해보기는 해봤어?’라는 촌철살인의 한마디에 안전모 끈을 다시 동여맨 역군들은 땀 흘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긍정의 심리학이 태동하기 훨씬 이전에도 긍정의 프레임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이 흘린 땀의 결실을 오늘의 우리가 누리는 것이 아닐까.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8000불로 추산되고, 내년에는 3만불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가야할 길이 아직은 멀지만, 그렇다고 지레 앞날을 어둡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교수님, 치과 전망이 그렇게 어두운가요? 우리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개원한 동아리 선배들을 만나고 온 학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나는 이런 질문에 언제나 단호하게 그렇지 않을 것이라 대답한다. “후배 걱정은 치과대학이 생긴 이래 늘 있어온 일이다. 경쟁력을 가지라는 격려의 말씀일테다. 오히려 너희들은 황금시대를 맞게 될 것이니 지금은 실력과 체력을 키울 때다.” 물론 필자도 치과계의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래를 어둡게 본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고령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 이들을 위한 치과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치과의 몫은 가파르게 늘고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치과의 전망을 어둡게만 볼 하등 이유가 없지 않은가?

빛의 속도로 시간은 흘러 벌써 연말이다. 가는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다짐하는 ‘위하여’ 소리가 정겹다. 새해는 얽히고 설킨 실타래가 술술 잘 풀리고, 양털 같은 따스함이 치과 가족 모두에게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양띠 해 신미년은 그렇게 긍정의 프레임으로 맞을 일이다. 서로의 어깨를 한번씩 툭 쳐주는 연말이 되면 좋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구 영 서울치대 치주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