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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공의

월요시론

전공의 한명이 자신이 속해있던 진료팀에서 쫓겨났다. 평소 자신의 담당 환자 진료를 위한 사전 준비가 미흡하고 연구발표가 소홀하여 수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의지를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전공의의 성취도 미달에 대하여 선진국에서는 교수법이나 수련기관의 학습지원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교수들이 전공의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의학, 치의학 교육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하나의 이슈는 ‘유급’이라는 의학계열 만의 독특한 징벌적 제도가 과연 교육적으로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의·치대에서의 유급제도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더 나아가 의학 직역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련의 질 향상과 수련환경의 개선 등을 위해 추진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수련과정에서 전공의 유급제도 도입이 논의된 것을 계기로 전공의의 평가와 동시에 수련병원 교수 평가지침을 만들어서 전공의가 교수들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라포르시안, 2013.12.23.).


전체 치대 졸업자의 37%가 넘는 300명 이상이 매년 전공의 교육과정을 시작하고 있으나 효율적 교육여건에 대한 논의와 지침 없이 이들은 교수 개인의 성격 특성과 수련기관 자체의 경영여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특히 상술한 상황과 같이 전공의로서의 직무 성취도가 저조하다 하여 징벌성의 조처가 취해진 경우 전공의 당사자의 개인적 고충이 어떠할 것인가라는 사유(思惟)에 더하여 전공의 교육 종사자들의 교육학적, 윤리적 지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직무 부진 전공의가 생기는 수련기관의 구조적 원인으로서 제한적이고 일방적인 교수-전공의 관계, 학습지원시스템의 결여, 경쟁지향적 문화, 과도한 업무량 들을 들 수 있다.

부진 전공의라는 낙인이 찍한 전공의는 병원 문화에 대한 부적응, 자신감 상실, 열등감과 같은 문제에 더하여 외부 환경 변화 자극에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동료로부터의 소외감과 수치심을 보상하려는 보상적 정신심리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 원인으로서는 전공의 직무 방식에 대한 부적응, 과도한 업무량, 자신감 상실과 같은 심리적 요인, 체력저하, 자기관리 실패 등이 지적된다(김상현, 2008).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즉 암기 위주의 치대 시절 학습 패턴을 탈피하지 못함으로써 전공의에게 필요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가지지 못하고 심리적 불안과 자존심 손상으로 학습노력을 포기하며, 이로 인해 교수와의 의미있는 상호작용은 더욱 소원해지게 된다.

일단 이런 상태가 되면 자신의 장점은 사라지고 ‘열등한 전공의’가 자신의 이미지가 되며 자아 존중감의 저하와 인적 사회적 네트워킹의 위축으로 인한 생활 양식의 변화와 심리적으로 불편한 단계에 함몰되지만 교수나 수련기관 교육담당 주체로부터의 도움이 될 만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도에 차는 있으나 다수의 전공의는 지도교수로부터의 인격모독, 언어폭력, 물리적 학대 등으로 인한 이러한 심리 상태를 경험한다. 따라서 수련기관에서는 이런 전공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교수와의 의사소통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상담제도 및 생활 멘토링 등을 운영하여 수련기관 내의 다자간 협력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공의가 스스로 업무와 학습에 대한 동기유발을 이룰 수 있도록 전공의 지원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여야 하며, 전공의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삶의 질 향상에 대한 통찰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공의의 대면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교수의 교육관이다. 교육자의 의무는 여태껏 자신이 인지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결함까지를 포함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영국 경희대치전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