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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때 바르는 연고 (10과 제로)

종교칼럼

살다보면 몸에 상처가 나거나 몸이 아픈 경우보다 마음이 다치고 아프고 상하고 상처받는 일이 훨씬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몸이 아프거나 다치면 약을 바르거나 약을 먹거나 의사를 찾아 치료를 해서 낫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더 자주 다치고 상하고 아프게 되는 마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몰라서 그냥 방치해 두고 삽니다. 그것들이 누적되다보면 합병증으로 이어집니다. 우울증과 자포자기와 혹은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그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각종 장기의 약화를 가져옵니다. 몸의 아픔을 돌보는 것보다 마음의 아픔을 돌보는 일이 우선입니다.
몸에 상처가 날 때 새살이 돋게 하는 연고를 바르듯이 우리 마음에 상처가 날 때 바르는 약효 좋은 연고가 있습니다.

10이라는 숫자와 0이라는 숫자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10이라는 것은 10년 후를 말합니다. 그 어떤 상처받는 말을 들었어도, 어떤 힘겨운 상황에 처했어도, 모든 마음의 상처를 당할때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연 이 일이, 이 감정이, 10년 후에도 그렇게 중요할까?’ 하고 물으면서 10년 후로 훌쩍 뛰어넘어서 그 일을 바라보는 치료법입니다. 아마도 10년 후에는 그것들의 거의 99%가 너무나 사소한 일, 추억할 일, 미소지을 일로 되어있거나, 기억도 안나게 될 일들일 것입니다. 앞으로 그렇게 될 일을 가지고, 마치 세상이 끝난듯이, 절벽앞에 선듯이, 가슴을 부여잡고 잠도 못자고 열이 오르고 기분이 다운되고, 그렇게 하고 있을 것입니다.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그렇게 목숨을 걸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지금 이 일도 10년 후에는 아무것도 아닌 추억이 되거나 까맣게 잊혀지거나 너무나 사소한 것이 되거나, 오히려 큰 성장의 요소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미리 10년 후로 가서 체험한 후에 크게 한번 웃으며 놓아버리면 마음의 상처가 금방 낫습니다. 참 좋은 연고입니다. 새맘이 솔솔 돋아날 것입니다.

다음의 마음치료 연고는 제로입니다. 마음이 아프고 괴롭고 상처받는 이유중의 하나가 내것이라는 생각과 내것을 잃었다는 생각입니다. 건강도 몸매도 돈도, 명품백도, 자동차도, 친구도, 애인도, 가족도, 집도, 인기도, 내것이었는데 없어졌다거나 남들이 가져갔다거나 남들이 망가뜨렸거나 하는 근거없는 집착이 바로 마음의 상처를 만들어냅니다.

원래 내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래 나는 제로상태로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것이 원래 나입니다. 원래의 내게 무엇이 있었던가. 연약하기 이를데 없는, 움직일수도 없는 그 핏덩이! 그것이 바로 원래 내것입니다. 돈도 물건도 인기도 건강도 그 모든 것은 인연따라 내게 머물다가 다시 때가 되면 가는 것이지 결코 내것이 아닙니다. 잠시 내게 맡겨진 것을 고맙게 수용하고 갈때 되면 가는 것임을 알면 무엇을 얻고 잃는 것에 흔들릴 일이 없습니다.

이 연고들만 잘 가지고 다니면서 바른다면 마음의 상처는 다 치료되고 남들의 마음에도 상처 내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게 될 것입니다.

장오성 교무/원불교 송도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