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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dence based Humanistic Dentistry

월요시론

Cogito, ergo sum
Descartes는 그렇게 말했다. 사고하는 인간, 이성적인 인간.

우리는 진료실에서 늘 사고하며 유추한다. 하지만, 아주 노련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에 우리의 신체와 질병 그리고 그 상호관계 등 복잡한 알고리즘을 파악하여 정확하게 판단을 해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환자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몇 가지 객관적인 현상은 검사수치나 엑스레이 등의 데이터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적인 검사의 의미는 확실한 진단이 아니라 단지 기저확률을 높이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치근단 사진에서 치근첨의 반사선 투과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치근단 병소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것이 모두 치수의 병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난 경우라 다소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Heuristics
사람들은 자신이 부딪히는 모든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오늘 점심은 어디서 먹을지, 어떤 물건을 구매할지 등을 생각하고 결정할 때 모든 정보를 취합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정확한 모든 정보를 모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인지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휴리스틱(heuristics)이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소위 어림짐작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이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감정이나 직관에 의한 선택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심리학이나 의사결정론에서는 인지나 사고가 중시되고, 감정이나 정서 등의 역할은 완전히 무시되어 왔거나 적어도 합리적인 결정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기본적인 지식과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일정한 순서대로 풀어나가는, 마치 수학공식과도 같은 알고리즘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워나가는 드라마 속의 의사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모습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장비와 도구들을 사용해 정확히 진단하여 병소를 제거하고 수복해내는 사람이 바로 의사인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분명하게도 의료 또한 감성의 영역을 간과할 수 없다.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슈퍼컴퓨터와 3D 프린터가 과연 진료를 대신할 수 있을까? 물론 많은 의료활동이 실제로 표준화되어 있으며 진단과 치료과정 역시 몇 가지의 반복적인 공식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을 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소위 감성적인 판단의 근거들이야 말로 보다 완성도 있는 진료를 가능하게 한다. 환자와 그가 가진 증상들을 정해진 틀 안에 맞춰 넣는 방식의 의료과정에서는 자동적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며 의사 본인의 사고와 판단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알고리즘이 아닌 휴리스틱 의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대이다. 사람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과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해낼 수도 없는 일이다. 또, 환자의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인 욕구와 부담감을 모두 고려하지 않는 치료계획은 최적 혹은 최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임상에서 이루어지는 진단과 치료계획의 수립은 당연히 과학적 알고리즘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 이때, 의사 자신의 사고 그리고 환자와의 소통을 통한 감성적인 판단이 그 과학적 알고리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손으로 일하는 자는 노동자요, 손과 머리로 일하는 자는 장인이며 손과 머리와 가슴으로 일하는 자는 예술가라고 했다. 치과대학 학창시절 늘 들어왔던 Art and Science가 조금은 새롭게 들리는 것 같다.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는 단순한 과학이 아닌 예술이어야 하며 치과의사는 노동자, 장인이 아니라 예술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환자와 소통하고 감정이나 정서를 함유한 인본주의적인 진단과 치료계획은 교과서에 나온 것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적으로 알고리즘에 의거한 기계적인 방식보다는 분명히 환자에게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필자는 임상 치의학을 Evidence based Humanistic Dentistry라고 표현하고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창진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