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가 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환산보증금과 상관없이 건물주가 바뀌어도 5년간 상가 영업권을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건물주 횡포에 고통받던 개원가가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쇼핑몰이 제외되고 재건축, 재개발의 경우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돼 ‘반쪽짜리 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환산보증금 관계없이 영업권 보호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세입자(임차인)가 건물주(임대인)가 바뀌어도 5년간 마음 놓고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서울은 4억원, 수도권은 3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이러한 영업권을 보호받을 수 있었다. 또 상가권리금이 법제화됨으로써 건물주는 상가 세입자가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방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세입자의 안정적인 권리금 회수를 위해 건물주는 세입자끼리 권리금을 주고받는 것을 방해할 수 없다.
만약 건물주가 세입자를 내보낸 뒤 그 자리에 자신이 직접 장사를 하더라도 권리금을 내야 한다.
특히 현 세입자가 다음 세입자를 찾아 계약토록 한 경우 건물주는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세입자는 계약 종료 후 3년까지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권리금을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세입자가 3개월 이상 임대료를 내지 않은 경우 건물주는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
권리금은 입지 조건이 좋은 상가를 거래할 때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영업권에 대해 치르는 일종의 보상금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120만명의 임차인이 평균 2748만원의 권리금을 주고받아 약 33조원 규모의 권리금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쇼핑몰은 제외
하지만 이 같은 임차인 보호장치 마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재건축, 재개발 건물은 세입자가 이전 세입자에게 준 권리금을 건물주가 보상해줄 근거가 약하다는 이유로 빠졌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쇼핑몰도 사업자가 수시로 매장구조와 판매상품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권리금 보장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건물주는 여전히 ‘갑’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A 원장은 “환산 보증금과 관계없이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부분은 환영한다”면서도 “보통 치과를 개원할 때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1~2억이 들어간다. 또 수년간 환자들에게 들인 노력을 고려하면 5년의 보장 기간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개원하고 있는 B 원장도 “이 같은 보호장치 마련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는 여전히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법 개정에 따라 건물주가 임대료 등을 올리지 않을까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