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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면허대여한 의사 “면허취소 적법”

고법 “비의료인에 대여와 유사”

돈을 받는 대가로 다른 의사에게 면허증을 대여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한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사가 비의료인이 아니라 의사에게 면허증을 대여해줬다가 면허취소를 받은 것이 적법하다는 판결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서울고등법원 행정4부(지대운 부장판사)가 L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 면허를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법은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함으로써 의사가 아닌 자에 의해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원고가 다른 의사에게 면허증을 대여한 행위는 국민보건에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면허증을 대여한 행위와 유사한 정도의 위법성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고가 면허증을 대여한 1년8개월여 기간이 짧지 않고 취득한 금원도 적은 금액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의료기관 중복 개설해 의료법 위반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1심 판결문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L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L씨는 지난 2010년 초 다른 의사인 J씨에게 매월 1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의사면허증을 빌려줬다. 이때 J씨는 이미 2008년부터 경기도에서 자신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J씨는 L씨에게서 빌린 면허증으로 2010년 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서울에서 병원 2곳을 개설했다. 이 기간에 J씨는 자신의 기존 병원과 함께 L씨 명의의 병원을 동시에 운영했다.


L씨는 J씨와 공모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해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3년 12월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L씨가 면허증을 대여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L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면허증을 대여한 것일 뿐 무자격자에게 영리 목적으로 면허증을 대여한 것은 아니다”면서 “의료법을 잘 몰랐다. 면허대여로 취득한 돈이 소액이고 의료봉사활동비로 사용한 점 등을 종합하면 면허취소 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배정관 변호사(법무법인 태윤)는 “의료인의 면허대여는 국민보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크다. 이에 비례성의 원칙상 면허대여를 한 의사에게 면허취소를 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면서 “특히 의료법에서는 한 의료인이 면허대여를 통해 의료기관을 여러 곳에 개설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판결 결과가 달라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강운 치협 법제이사는 “이번 판결은 면허대여를 절대 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면서 “치과계에도 면허대여 유혹을 받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치협은 앞으로 이 같은 면허대여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