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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공공의료 중요성 일깨웠다

OECD 국가 중 병상 수 최저 수준, 민간병원 중심 의료체계가 사태 악화

#복지부 예산중 보건 4% 턱없이 부족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첫 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5월 20일 이후 확진 환자와 사망자는 꾸준히 늘어 현재(6월 26일 9시) 18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31명이 사망했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 강원, 대구, 경남, 전북 등에서 환자가 발생해 환자 분포는 전국화했다.

이처럼 메르스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한 원인으로 정부의 안이한 초동 대응과 우리나라의 허약한 공공의료체계가 지목된다. 이에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이번 메르스까지. 앞으로도 이 같은 고위험성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허약한 공공의료…메르스 확산 초래
우선 전문가들은 정부의 초기 대응 잘못과 공공의료기관 부족이 메르스 확산을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위원장은 “정부가 초기에 감염 경로를 차단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또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사태를 악화시겼다”며 “병원 이름을 재빨리  밝히지 못한 것은 민간병원의 경영 악화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공공의료가 아닌 민간병원 중심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들 가운데 재벌 대기업이 운영하는 민간병원이 포함된 것이 정부가 관련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속사정 아니겠냐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한동헌 교수(서울대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도 “이번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책임은 명백하게 일차적으로 정부의 초동대응이 잘못된 데 있다”면서도 “(이차적으로) 메르스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음압격리병실을 갖춘 병원이 부족해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허약한 공공의료체계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간병원이 메르스 확진 환자를 돌보기는커녕 메르스 접촉이 의심되는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으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던 공공의료기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서울삼성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간병원은 음압격리병실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공공의료기관으로 몰려들었지만, 공공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해 수용인원을 일찍이 초과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은 계속 하락해 왔다. 병상 수 기준으로 2013년 말 9%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지난 2013년 기준으로 민간병원이 6만376곳인데 비해 공공의료기관은 3671곳(5.7%)에 불과하다. 또 병상 수의 경우 민간의 경우 56만9570개인데 공공은 6만59개(9.5%)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같은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병상 수(병원급 이상)와 비교할 경우 더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

OECD자료를 보면 영국 100%, 일본 26.4%, 미국 24.9%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 의료 공공성 어떻게 강화하나
이에 따라 국민 건강권을 중심에 두고 의료체계 전반을 재정비해 의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수 전국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기초체력을 확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 기초체력의 핵심은 공공의료기관인데 현재 10%밖에 안 된다”며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공공의료의 확대와 함께 그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시설, 장비, 인력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늘리고 보건소 인력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찬병 전 천안의료원장은 한 토론회에서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증설하고 경영 성과 중심의 운영평가 및 성과계약제의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 공공병원 의사인력 대부분이 1년짜리 계약직인데 이들의 신분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보건소의 경우 보건소장 절반 이상이 비전문직으로 구성돼 정부나 외부 전문가와 협력 소통이 곤란하다. 의사로 채우지 못할 경우 최소한 보건학 석사 수준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보건복지부의 ‘보건’과 ‘복지’를 분리해 전문성을 살리고, 복지 쪽으로의 예산 편중을 완화함으로써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남섭 협회장은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53조4000억 원) 중 보건의료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조2800억 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균형이 맞지 않는 예산을 가지고는 공공의료를  확충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정부가 의료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한다는 의료영리화 정책이 허구임이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이를 당장 중단하고,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 이 같은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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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도 공공의료 ‘큰 구멍’
3명중 1명 돈 없어 진료 못 받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의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공치과의료체계도 시급히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과 연간미치료자 가운데 10명 중 3명은 경제적 이유로 치과치료를 못 받는 등 구강건강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앞서 질병관리본부가 시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2013년도 결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병의원 연간 미치료자는 10명 중 1명이었지만, 치과 연간미치료자는 3명 중 1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간 미치료자 중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치료율은 병의원이 21.7%로 나타난 데 비해 치과는 훨씬 높은 33.2%로 조사됐다.

치과 연간 미치료율은 지난 2012년 36.9%에서 2013년 29.7%로 큰 폭 감소했지만, 미치료자 가운데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치료율은 34.7%에서 33.2%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OECD 24개국 평균이 10% 남짓인 것과 비교했을 때 세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보건소 치과인력은 부족하고 치과진료비 본인부담률은 여전히 높다. 공공치과의료체계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인천의 한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치과의사 A씨는 “보건소에 근무하는 상당수의 치과인력은 정규직 형태가 아닌 기간제 고용 형태다. 재계약이 안 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지역민의 구강보건 향상을 위해 성심성의껏 일해야겠다는 의욕이 덜 생기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공치과의료체계 확충과 관련해 정세환 교수(강릉원주치대)는 “보건소에 있는 치과의 전면적인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특히 장애인 진료를 할 수 있는 치과의료원 수준의 인력과 시설을 갖춘 치과를 전국 시군구당 1곳 정도는 갖춰야 한다. 또 전국에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정도 수준의 치과병원을 10여 개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