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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임플란트 가격비교 ‘개원가는 괴롭다’

비급여 공개때마다 환자들 불만 토로 곤혹


언론 보도 의료기관도 항의 전화 빗발쳐

최근 보건의료 분석평가 전문사이트인 모 업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토대로 종합병원급 이상 전국 213개 의료기관의 치과임플란트 비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강동경희대치과병원이 임플란트 1개당 324만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이 100만원으로 가장 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관련 자료를 인용해 ‘임플란트 고무줄 가격…최대 3배’, ‘K 치과병원 임프란트 1개당 324만원 가장 비싸’ 등 자극적인 타이틀로 임플란트 가격비교 기사를 앞 다퉈 쏟아냈다.

# “왜 비싸냐” “깎아달라” 막무가내 흥정
잊힐만 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임플란트 가격비교 기사에 개원가는 피곤하다 못해 괴롭다. 단순 임플란트 수가를 비교하는 기사가 나온 후 며칠간은 장사꾼 보듯 치과의사를 바라보는 환자들의 날선 시선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플란트 수술 상담시 환자들의 까칠한 태도 역시 적잖이 부담스럽다.

모 개원의는 “최근 관련 기사 내용을 언급하며 ‘동네 개인 치과의원인데 왜 P치과병원보다 임플란트 비용이 더 비싸냐’, ‘좀 더 싸게 해주면 안 되느냐’는 식으로 치료비를 흥정하려는 환자의 태도가 도를 지나쳐 당혹스러웠다”면서 “나는 수련도 받았고 임플란트 시술 경력도 20년이 넘은 숙련된 의사다. 원하시면 그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시라고 했다”며 곤혹스러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임플란트 비용이 가장 비싼 치과로 지목된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이성복 병원장은 “관련 기사가 나온 후 여기 저기서 엄청나게 전화를 받았다”면서 “우리 치과는 교수, 조교수, 수련의, 임상강사 등 의료인의 경력 및 시술 숙련도에 따라 시술비가 다르게 책정돼 있다. 경력이 수십 년 된 의사와 수련의의 시술비가 달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의료는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님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단순 임플란트 수가만을 비교해 비용이 높으니 부도덕한 의료기관이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비급여비 공개 저수가 출혈경쟁에 기름
문제는 비급여 진료 가격 비교가 임플란트를 넘어 치과 비급여 항목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급여 진료가 많은 치과의 경우 이미 임플란트, 교정치료 등의 저수가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의료인과 환자는 물론 의료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만큼 깊어진 상태다.

여기에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까지 가세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다.

치과 뿐만 아니라 메디컬에서도 많게는 10배 이상 병원별로 차이를 보이는 일부 비급여 진료비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비급여 진료비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기관 간 자율적 경쟁을 유도해 진료비 차이를 줄이겠다는 것이 그 의도다.

현재 종합병원, 치과대학부속 치과병원까지 공개 적용범위가 넓어진 상태며 공개항목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치과 임플란트의 경우 2013년, 충치치료(광중합형 복합레진충전)는 2014년부터 공개 항목 추가가 의무화 됐다.

# 의료수준 반영 안돼 마녀사냥식 줄세우기
이 같은 비급여 진료비 비교정보 공개를 놓고 ‘마녀사냥식 줄 세우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A병원의 진료비가 B병원보다 싸다’는 식의 단순비교가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 불신만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된 진료비에는 병원간 지가(地價), 시설비, 서비스 차이, 장비 수준, 의료진 수준, 시술부위 및 시술 소요시간, 중증도 및 사용치료 재료 종류 등 상이한 특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현재 소비자 단체 등에서는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통해 비급여를 부풀리는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 비급여 진료에 대한 객관적인 심사와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가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때문에 개원가는 향후 비급여 진료 가격비교의 압박에서 더더욱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 치료비용 아닌 가치 우선 선택 전환 필요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치과계 차원에서 기존 재료나 장비 위주의 가격 정책이 아닌 ‘의사의 경험’이나 ‘시술 난이도’ 등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환자가 타 치과와의 진료비 차이를 묻거나 할인을 요구할 경우에 맞춰 ‘우리 치과만의 특별한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또 환자와 진료비 상담시 ‘어떤 재료를 썼기 때문에 진료비가 얼마다’하는 식의 상담은 의사의 행위가 빠지기 때문에 다른 치과와 수가 비교가 확연해 피해야 한다.

때문에 “같은 천으로 만든 옷이라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만들면 명품 옷이 된다”, “똑같은 음식재료라도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등 치과재료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가격 가치를 중점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명품 치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 스스로가 먼저 자신의 술식에 대해 자신감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