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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월요시론

이제 나이가 어느덧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길목에 서다보니 살아온 과정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하고 싶었던 일들도 많았고 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도 많았습니다.

젊을 때는 노력만 있으면 모든 것이 되는가 싶어 이쪽저쪽 건드려 보면서 무언가를 얻으려 했던 시간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결과는 오직 노력뿐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왔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노력의 부족으로 여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려서부터 교육받고 무의식화된 노력에 대한 맹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노력은 결과를 만드는 중요한 조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느끼게 됩니다. 노력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되어 결과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상 후회 속에 살게 됩니다.

어떤 이는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능력이 있고 어떤 이는 배워서 아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배워도 하지 못하는 이가 있습니다. 노력은 그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할 수는 있으나 항상 제한적인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알게 됩니다.

모든 결과는 갖고 태어난 조건에 환경적 조건이 작용하여 나타납니다. 갖고 태어난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환경적 조건이 나쁘면 싹을 틔우지 못합니다. 환경적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갖고 태어난 조건이 좋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알 수 없는 여러 조건들의 만남으로 결과가 오는데 우리는 그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질 못합니다. 거기에는 결과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결과 위주로 살다보니 사는 과정이 괴롭습니다. 돈을 벌지 못하면 돈 버는 과정은 실패한 시간이 됩니다. 합격하지 못하면 공부하는 과정은 버려버린 시간이 됩니다. 결혼하지 못하면 연애하는 시간은 쓸데없이 허비한 시간이 됩니다.

사는 인생을 가만히 살펴보면 모든 것이 과정입니다. 어떤 시험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잠시일 뿐, 또 다른 과정의 연속으로 변해버립니다. 일시적인 결과에 집착하다보면 인생의 대부분이 힘들고 괴로워집니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여 그 결과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원기가 충만한 젊은 사람들한테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어떤 결과를 편안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기를 객관화 시켜보는 힘이 있어야 되고 욕심을 내려놓아야 가능해집니다. 물론, 그렇다고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라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갖고 있는 조건하에서 최선을 다하고(盡人事) 그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닌 것을(待天命)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이치를 매일 되새기면서도 막상 일상생활에 들어가면 내가 바라는 대로 되고 싶은 욕심이 올라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런 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결과 위주가 아닌 과정,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내가 받아들이고 만족해야만 하니 그런 마음을 갖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을 욕심내지 않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실생활에서의 적용은 큰 마음이 요구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 수 없는 일에 너무 매달이다 보면 곱게 물들어야 할 단풍이 지저분하게 변해버립니다. 젊어서는 좌충우돌 하는 것이 경험이 될 수도 있지만 늙어서는 집착과 고집으로 남아 주위사람들을 떠나게 만들고 외로운 노년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함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와 답답함으로 인해 상대방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며 살아가는 인생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별하고 판단하는 지혜를 갖고 지금 일어나는 결과를 안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耳順) 노년으로 살아가는 고운 단풍의 색깔은 봄꽃이나 여름의 왕성한 푸른 잎보다도 아름다워 보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관 한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