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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생각해 보기

스펙트럼

지난 4월 20일은 국가에서 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해마다 4월 20일을 전후하여 장애인과 관련된 많은 기사들이 기획기사로 쏟아져 나오곤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올라오는 기사 속에서 ‘이동편의 증진법 10년…오지않는 저상버스’ 라는 제목의 기사와 다수의 관련 기사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2006년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위해 만들어진 교통약자이용편의증진법(이동편의증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저상버스 도입률은 저조하고, 지하철역에도 아직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역이 존재한다. 그나마 존재하는 시내버스마저도 실제로는 그 이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

기사들을 읽으니 몇 년전 실제로 저상버스에서 경험했던 일이 떠오른다.

버스마저도 한적하게 비어있던 주말 오후, 휠체어를 타신 할아버지 한분이 버스이용을 위해 동반자인 할머니와 함께 탑승을 하였고 기사님께서 휠체어 고정을 위하여 지정석에 앉아있던 승객에게 자리이동을 부탁드렸다. 버스 안에는 이동할 많은 좌석이 남아있었기에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으나, 막상 그 자리에 앉아있던 이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나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버스 안 승객 모두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병신이 집에나 있을 것이지 왜 나와서 돌아다녀”라는 불평을 쏟아낸 것이다. 순간 귀를 의심하며 이 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할아버지 일행을 반사적으로 돌아보았다. 뭔가 얼굴이라도 붉히며 화를 내시는 건 아닐지 하는 순간적인 걱정이 무색하게 아무 표정없이 자리를 잡는 휠체어에 앉으신 할아버지와 동반한 할머니…그 자연스런 모습이 너무 익숙해보여 그 분들이 지금까지 겪어왔을 고초와 그로인해 무뎌진 또는 이미 포기해버린 심정 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난 그 분들을 대신해서 화를 내지도 항의를 하지도 못하고 먹먹해지는 가슴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시내버스 뿐일까. 우리나라에는 아직 광역버스와 도시간 장거리 고속버스 등에는 저상버스가 없다. 2년 전 장애인의 날, 시외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며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버스티켓 구입 후 승차 퍼포먼스를 벌였던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정부는 최루액을 쏟아부었고, 해마다 유사한 시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지만 개선의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여기에 작은 희소식이 있다면 서울시에서는 2015년 12월, 2025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고, 2022년 까지는 모든 지하철 역으로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보강할 계획 등을 발표하였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서 정의하는 교통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하는 자, 어린이 등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자’ 이며,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약자의 숫자는 전체인구의 24%에 달한다. 결국 장애인이 이용하기 쉬운 교통수단은 교통약자로 정의되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쉬운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설들이 모두 갖추어질지라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100%의 저상버스도 실제로는 이용하기 힘든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자연스럽게 버스를 이용하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과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모들, 걸음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려면 그 버스를 함께 타는 사람들이 모두 변해야 할 것이다.

지난 11년의 시간,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에서 근무하며 관심을 가진 탓에, 그래도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인식하면서도 아직은 많은 아쉬움으로 이 사회의 그리고 개인의 노력과 변화를 기대해본다. 그 시작은 결국 우리가 그 차별의 중심에 있다는 문제성에 대한 인식이 아닐까 생각하며, 내 일상속에서 내가 행하는 작은 차별을 떠올려본다면 좋을 것 같다.

먼저 오늘 내가 일하고 있는 치과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 환자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대기실에 무사히 들어오시는 것이 가능할지, 그렇게 오신 환자가 편안하게 검진 및 진료상담을 받고 치과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나와 우리 병원 의료진의 준비는 되어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개선점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걸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지영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진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