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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힘: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가?

기고

최근 우리 분야 언론지에는 수많은 강연 안내가 가득한 것을 보게 됩니다. 어떤 강연이나 강좌는 인기가 있어서 많은 선생님들이 수강 신청을 하고 경청합니다. 전문직 중 우리 치과의사처럼 휴일에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공부를 하는 집단이 없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열심인 것은 미래의 발전에 고무적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일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강의 내용이 학문적으로 제대로 검증이 되었는가(학문적 타당성 측면)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검증된 임상적 술기에 대한 노하우(know-how)를 보유하였지만 세상에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과장하는 면이 있지는 않은가(학문적 다양성 측면)에 관한 것입니다.

이중 첫 번째 의문인 학문적 타당성에 관한 측면은 시간이 흐르며 권위 있는 기관이나 능력 있는 학자들에 의해 평가가 가능하므로 임상가들이 관심을 갖되 서두르지 말고 검증되는 양상을 보며 차분히 따라간다면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별한 연구자나 교수진 아니면 새로운 술식에 관하여 굳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되어 예측하지 못할 부작용을 감내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더 걱정되는 바는 두 번째 의문인 학문적 다양성에 관한 측면입니다. 치과 임상을 포함하여 어느 분야나 다양한 이론과 가설이 존재하며 끊임없이 수정 발전합니다. 학문 또한 생명체처럼 성장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누군가 한 가지 관심을 끌만한 술식을 개발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합니다. 대중에게 널리 퍼뜨려야 하므로 새로운 술식이 유일하고 혁신적이며 심지어는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강연을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새로운 돌파구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골프채를 하나 개발하고 새로운 번호를 매겨 홍보를 한다고 가정해 보십시다. 그는 신제품 ‘100번 아이언’을 개발하였고 이 특수한 아이언은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모든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고 선전을 합니다. 실제로 새로운 아이언으로 드라이버 역할로도 사용하고 벙커에 빠진 공을 무사히 끌어내기도 하며 좋은 스코어를 내는 동영상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열광할 것입니다(아마도 수백 번의 시도 끝에 운 좋게 한 번 정도 성공한 경우이겠지요). 이때 지혜로운 사람은 새로운 아이언의 강점을 잘 파악하여 만약 쓸모가 있다고 판단되면 본인의 골프 백에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결정을 할 것입니다. 골프를 하다 보면 분명 새로운 아이언이 쓰임새가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다양한 골프채 중의 하나로 인정하고 구입하면 괜찮습니다. 문제는 골프를 모르는 사람이 텅 비어있는 골프백에 새롭게 개발된 아이언 하나만 달랑 꽂고 필드에 나가는 경우일 것입니다. 이러면 백발백중 실패할 것은 자명합니다.

이러한 예는 특히 대학이나 대학원 등 교육 기관에서는 보다 더 중요한 이슈일 수 있습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다양하게 검증된 양식을 제공하여 경험하게 한 후 최종적으로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임상 철학과 술식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 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성장 과정에서 다양성의 힘은 여러 면에서 중요하며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 전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만병통치약과 같은 획일적인 임상 술식의 신봉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 중 하나일 것입니다. 살아가며 생의 단계마다 가져야 할 지혜가 중요하듯 한 전문가의 삶에서 갖는 통찰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