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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과서 첫 수술' 엄청난 떨림 아직도 잊지 못해

‘구강악안면외과치과’ 특화하기 위해 몸부림
복기해보면 스스로 ‘쓰담쓰담’ 해주고 싶어
2017 기획시리즈-나의 개원 분투기 <5·끝>서백건 원장(나우미구강악안면외과치과의원)

안녕하세요? 저는 강남구 신사동에서 ‘나우미구강악안면외과치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서백건 원장(38)이라고 합니다. 치과명의 길이로는 대한민국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여서 처음에 직원들이 발음하는 데 애를 먹었고, 간판 제작비도 곱절(?)로 들었지만 지금은 환자 분들도 ‘구강악안면외과 치과’의 정체성과 특화된 진료과목에 대해 많이 인지하고 계시는 것 같아 나름의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치과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를 취득하고, 그 후 턱수술 전문 치과에서 페이닥터를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러다가 5월 이곳에 치과를 개원하게 되었죠. 구강악안면외과로 특화된 치과를 개원하겠다는 배경에는 ‘내 수술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인의식이 떨어졌던 탓인지 수술 케이스는 많았지만, 스스로 발전을 하지 못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심지어는 그저 ‘수술하는 기계’가 된 게 아닌가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납득하고, 만족하는 수술, 제약 받지 않는 새로운 시도. 그런 것들이 개원으로 절 밀어 올렸던 것 같습니다.



내 치과에서의 첫 수술의 떨림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페이시절, 꽤나 많은 수술을 했고, 늘 자신에 차 있었지만 그날만큼은 긴장감이 온 몸을 사로잡고 있었죠. 엄청나게 떨렸습니다. 설렘의 감정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이제 ‘이 환자는 전적으로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무한의 책임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수술 후 하루는 반드시 밤샘 당직을 서면서 환자의 예후를 체크합니다. 이해해주는 아내와 세돌 지난 딸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 칼잡이가 강호무림에 홀로서는 것

사실 ‘구강악안면외과’라는 간판을 거는 데에는 수많은 번뇌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일단 사랑니 발치, 턱관절 등 수가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과로만 특화시키기에는 수익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구강악안면외과 치과가 뭐하는 곳인지 환자분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부단히 했습니다. 마케팅도 제법하고, 환자를 돌려보내기도 하면서 병원의 정체성을 잡아갔죠. 처음에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덤볐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건 숨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서 복기해보면 나름 스스로 ‘토닥토닥’, ‘쓰담쓰담’ 해주고 싶을 만큼 기특한 구석이 있어요. 일단은 흔치 않은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라는 타이틀을 달고, 구강외과의 특화된 진료(양악수술, 턱관절, 사랑니 발치 등)를 환자들에게 납득시키고, 이해시켰다는 점과 혈혈단신으로 칼만 쥐고, 강남땅 전쟁터 한복판에 뛰어들었는데 지금까지 용케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스스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것도 근자감인가요? 하하하!


 


구강악안면외과 출신 후배들 역시 학교와 병원을 나올 때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줄로 압니다. 저 역시 페이닥터를 하고, 개원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고민을 하고, 대단히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필드에 나오는 것은 체감 그 이상입니다. 수백 번 고민하고, 수천 번 조사하는 치밀함이 필요합니다. 무협지에 비유하자면, 어느 문파에 소속돼 보호를 받던 칼잡이가 고수가 득실한 무림에 홀로 던져지는 꼴입니다.

그래서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수술로 특화시키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의심 없을 정도로 쌓고 나오는 게 기본입니다. 제 치과의 철학은 환자의 만족과는 별개로 ‘나 스스로 일말의 후회 없는 수술을 하자’입니다. 양악수술의 특성상 작은 실패로 모든 걸 잃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개원이 나와 나의 가족을 포함해 ‘구강악안면외과’ 진료를 하는 모든 치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리=조영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