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역병, 그리고 무명의료인의 비
이전 세대는 '전쟁'을 겪었고 이번 세대는 '역병'을 겪고 있다. 모든 것이 혼란의 와중에 있다. 미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며 민간 기업에 마스크와 의료보호 장구를 생산하도록 요청하였다. 애플이 의료인용 안면보호대를 제작하고, 테슬라가 인공호흡기 제작에 참여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는가? 가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접하는 낯선 뉴스들이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누구나 가정을 먼저 지켜야 하는데, 얼마 전 의사 면허를 받고 공보의로 간 아들은 응급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담당한다고 하여, '방호복을 입고 벗는 중에 어딘가 바이러스가 묻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부모 심정은 전쟁터에 총을 멘 장병이나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방호복을 입은 의사나 같다. 사지에 보낸 심정으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들의 어깨를 쓰다듬고 얼굴을 바라다본다. 의과대학에 근무하다 보니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밤새 당직을 서는 교수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별도로 설치한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고 검사를 하는 과정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텐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자연스럽고 피곤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본다. 공보의
- 김영호 아주대 임상치의학대학원장·치과병원장
- 2020-04-21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