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50주년을 보내며
서울치대 23회 졸업생이 금년 졸업 50주년을 맞이했다. 1970년 소공동 캠퍼스가 연건동으로 신축 이전했으니 1969년 소공동 캠퍼스를 떠난 우리들은 마지막 졸업생들이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옛날을 돌이키며 소공동 그 길을 다시 걸어본다. 학교 건물이 있던 자리는 한국은행 뒤뜰이 되어 잔디만 푸르름을 더할 뿐 침묵만 흐른다. 그 길에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고 지나는 차량만 넘쳐 소란스러울 뿐이다. 오랜 숙원으로 만들었던 학교 표지석 마저 한국은행 측 요청으로 철거해 학교에 보관중이라니 더욱 씁쓸하다. 꼭 다시 이곳에 옮겨져야 할 텐데 걱정이다. 캠퍼스를 오르내리던 비탈길 옆 소공다방이 있던 자리는 비탈진 벽만 남아있어 오르내리던 그 길을 어렴풋이나마 가늠케 해주어 반가웠다. 졸업당시 백 달러가 안 되는 국민 소득 이었으니 학창 시절에 경제적 여건은 열악했다. 지금처럼 풍족한 대학 생활은 엄두도 못 내었다. 원서 한권 제대로 사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낭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작은 나눔이 우리들의 낭만이었다. 캠퍼스 마당이라야 부잣집 정원만도 못한 공간이었다. 달랑 농구대 두 대가 놓여 있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땀을 흘렸다.
- 변영남 성신치과의원 원장
- 2019-05-21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