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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추천도서-한글로 읽는 기쁨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지구상에는 6천 가지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중 1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250가지. 이 가운데 자국의 문자를 사용하는 나라는 20여 개국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빠른 기간 내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그 배경에는 교육의 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교육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한글의 힘이었습니다.

만약 한글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한자를 변형한 이두문자를 쓰고 있거나, 일제강점기를 통한 일본어의 영향, 또한 근현대화를 통해 영어 등이 변형되어서 사용되었을 것이고 한글과 비교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휴대폰 자판을 통해 입력되는 한글의 힘 또한 사라져 현재의 IT강국 위상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한글의 고마움은 단편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지금 수많은 책들이 한글로 출판되어 나옵니다. 1895년 영국 작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이 처음 번역되었습니다. 이제는 잘 번역된 수많은 책들도 한글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책 모두 외국인 저자입니다. 한글이 새삼 고맙게 여겨지는 10월입니다.

꼰대가 아닌 진정한 어른으로
나이 듦에 따른 환희에 찬 경험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글항아리, 2018
나이 든 사람이 하는 말을 ‘꼰대질’로 치부해 버리는 최근 세태를 지켜보면서 꼰대가 아닌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돌아보고 찾아보면 꼰대가 아닌 진정한 어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서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활동가이자 영성 교육자인 파커 J. 파머는 미국에서 ‘교사들의 교사’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여든의 나이에 쓴 이 책은 나이가 듦에 따라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해 환희에 찬 경험을 들려줍니다.

노인은 무기력해지고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 수 있는 발견과 참여의 시기임을 강조합니다. 내가 나이가 들면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의 삶을 돌이켜 볼지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생각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는 삶에 ‘좋아요’를 누를지 ‘싫어요’를 누를지에 대한, 남은 생에 대한 기대감 또한 들게 하는 책입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됩니다. 이미 세월을 경험한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일 만 합니다.

성공한 CEO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레드 팀’ 만들어라

『레드 팀을 만들어라』 토네이도미디어그룹, 2018
레드 팀은 미(美) 육군에서 아군인 블루 팀(blue team)의 승리를 돕기 위해 운용된 가상의 적군을 말합니다. 레드 팀은 블루 팀이 생각도 못한 약점과 허점을 철저히 파고듦으로써 블루 팀의 전략을 더 탁월하고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지속되는 성공신화는 아주 드뭅니다. 성공한 기업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글로벌 기업과 CEO들이 이 레드 팀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의 성과와 성공에 도취해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장밋빛 전망을 갖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곁에 두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현실은 내가 일 시키기 수월하고 딴 소리 없이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더 좋으니까요. 현실을 가장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검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레드 팀의 일원이 되어야 하고 조직과 CEO에게 쓴 소리와 직언, 비판적 시각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은 글로벌 기업과 CEO들이 어떻게 탁월한 레드 팀을 조직하고 운용하고 있는지를 다양하게 알려 줍니다. 성공하고 싶거나 성공을 유지하고 싶다면 반드시 레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놓친 것들, 생각도 못한 것들을 레드 팀이 발굴해 알려줄 것이고, 그릇된 확신과 편향, 착각, 터무니없는 낙관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입니다. 병원 경영에 적용하기에 조금 난해할 수도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탁월한 레드 팀이 새로운 길과 답으로 안내해 줄 것입니다.

황금종려상 영화 <어느가족>
감독이 소설로 재탄생 시키다

『좀도둑 가족』 도서출판비채, 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가족>은 2018년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소설 <좀도둑 가족>은 영화를 찍는 일 못지않게 글쓰기도 즐기는 감독이 영화를 소설화한 책입니다. 영화에서는 미처 그리지 못한 디테일을 담아 감독의 애틋한 가족미학을 더욱 선명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가족이란 단어는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재와 상실, 결핍과 가난 등의 단어와 결합된 가족은 쉽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없습니다.

이 소설은 혈연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애틋한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완벽한 타인과 가족의 사이에서 정답은 보여주지 않고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우선 영화를 보고 이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감독도 우선, 영화를 본 관객에게 일독을 권하고 있습니다.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영화는 백 퍼센트 언어화되지 않는 예술이잖아요.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 언어화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았습니다”라고 말했듯 영화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작가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마음을 두드리는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전합니다. 정답보다 질문에 매혹되는 사람이라면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