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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윤리적 딜레마

스펙트럼

자율주행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인간이 운전하는 것이 불법인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들려오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주변 곳곳에 보일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자율주행차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발생시키지는 않을지,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등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법적, 윤리적 기준 또한 꼭 미리 갖춰져 있어야 한다.

프랑스 툴루즈 경제대 연구원인 J.F.보네퐁은 MIT의 한 저널에 이러한 자율주행차가 맞닥뜨리게 될 딜레마에 대해 소개하였다. 자율주행차가 직진하면 여러 명이 사고로 사망하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방향을 바꾸면 반대쪽에 있는 1명만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과연 이 상황에서 좀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자 1명이 사망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이 선택이 옳다고 할 수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인간이 아닌 미리 세팅된 인공지능에 의해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그 책임 소재에 대해 더 많은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는 직진하면 여러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방향을 바꾸면 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져 운전자만 사망하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다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소수의 희생을 선택하는 길이 옳다면 이 상황은 이전의 상황과 다를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이런 시스템으로 세팅된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차를 구매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제조사에서는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탑승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계획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제작된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 형법은 기본적으로 자기 책임의 원칙이기 때문에 과실을 저지른 주체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사고는 과실을 저지른 주체가 탑승자인지 제조사인지 아직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고 있다. 아직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없는 완전무결한 시스템이 아닐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주체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기술이 완성에 가까워지더라도 자율주행차가 현실 세계를 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미래에 사라지게 될 직업에 대한 다양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 작업만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점점 고차원적인 판단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언제나 완벽하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에서의 딜레마처럼 고민이 필요할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다양한 직업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이전에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의료 분야도 수술과 같은 부분에서는 아직 인공지능으로의 대체가 어려울 수 있지만, 진단 및 처방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금세 추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에 의한 진료가 항상 좋은 결과만 있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인공지능에 의해 의료사고가 난다면 자율주행차보다 더 복잡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혹자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불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언제까지나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을 수 있도록, 다함께 논의하고 준비하여 진정한 발전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준 전 회장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